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3)

그림자세상 2009. 12. 8. 00:32

  나타나엘이여, 다른 사람이 아무도 그대에게 준 일이 없는 기쁨을 나는 그대에게 주고 싶다. 그것을 어떻게 그대에게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기쁨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어느 사람이 한 것보다도 더 친밀하게 나는 그대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그대가 책 속에서 여태껏 받은 계시보다도 더 많은 것을 찾으면서 여러 책들을 펼쳤다가 다시 접고 그래도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을 무렵, 밤에 허전한 마음을 금치 못하여 그대의 열정이 슬픔으로 변하려는 그러한 시각에 나는 그대 곁으로 가고 싶다. 나는 오직 그대를 위하여 이 글을 쓰며 오직 그러한 시각을 위해서 그대에게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쓰고 싶은 책은 모든 개인적 사상도 감동도 그대에게 보이지 않고 다만 그대 자신의 열정의 투사만을 그대가 그 속에서 보게 될 그러한 책이다. 나는 그대 곁으로 다가가고 싶다. 그리고 그대가 나를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


  수심이란 식어 버린 열정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누구든지 벌거숭이가 될 수 있고 어떤 감동이든지 충만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감동들은 종교와도 같이 활짝 개방되어, 그대여 알겠는가, 모든 감각은 무한한 현존이라는 것을.


  나타나엘이여, 그대에게 열정을 가르쳐 주리라.

  빛이 유황에 연결되어 있듯이 우리들의 행동은 우리들에게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우리들을 태워 버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또한 우리들의 광휘를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넋이 무슨 가치가 있었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넋보다 더 치열하게 탔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너희들을 보았다, 동트는 무렵 흰 빛 속에 잠긴 널따란 벌판들이여, 푸른 호수들이여, 나는 너희들의 물결 속에서 목욕하였다---산들바람이 어루만져 줄 때마다 나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였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나타나엘이여, 내가 그대에게 지칠 줄을 모르고 거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그대에게 열정을 가르쳐 주리라.

  만약에 내가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들을 알았다면, 그것들을 나는 그대에게 이야기하였을 것을, 틀림없이 그것들이지 다른 것은 말하지 않았을 것을.


  메날끄여, 그대는 나에게 예지는 가르쳐 주지 않았다. 예지가 아니라 사랑이었다.


  나타나엘이여, 나는 메날끄에게 우정 이상의 것을 가졌었다. 그것은 거의 사랑과도 같은 것이었다. 나는 또한 그를 형제처럼 사랑하였다.

  메날끄는 위험한 인물이다. 그를 두려워하라. 그는 현자들에게는 스스로 그들에게 배척을 당하도록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자기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는 인물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가정을 사랑하기를 그치고 가정을 떠나도록 가르칠 뿐만이 아니다. 야생의 새큼한 과실에 대한 욕망을 일으키어 그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야릇한 사랑으로 번민하게 하는 것이다. 아아, 메날끄여, 나는 그대와 더불어 또 다른 길들을 달리고 싶었거늘. 그러나 그대는 약한 마음을 미워하였고 나에게 그대를 떠나도록 가르쳐 주자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신기스러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만약에 과거가 현재에 이미 하나의 역사를 투영하지 않는다면 현재는 모든 미래로 충만할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유일한 과거가 유일한 미래를 계시할 뿐---공간 위에 놓인 무한히 긴 다리처럼 우리들 앞에 단 하나의 미래를 내더지는 것이다.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것, 그것만은 아무리 애써도 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인간성의 최대한을 짊어질 것 이것이야말로 좋은 공식이다. 삶의 여러 가지 형태, 너희들은 모두 나에게 아름답게 보였다(내가 그대에게 말하는 것, 그것은 메날끄가 나에게 하던 말이다).


  모든 정열과 모든 악덕을 다 알게 될 것을 나는 희망한다. 적어도 나는 그것들을 조장하였다. 나의 온 존재는 모든 형태의 믿음 쪽으로 내달렸다. 어떤 밤들에는, 하도 열중한 나머지 나의 영혼을 믿게끔 되었었다. 그토록 영혼이 나의 육체로부터 거의 빠져 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메날끄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우리들 앞의 마치 찬물이 가득 찬 유리잔 같을 것이다. 열병 환자가 손에 들고 마시고 싶어하는 그 젖은 유리잔 말이다. 그는 단숨에 마셔 버린다. 기다려야 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감미로운 유리잔을 입에서 떼어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토록 물은 시원하고 열은 안타깝게 목을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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