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Shooting Image - Photo Korea 2009.

그림자세상 2009. 8. 5. 00:56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Shooting Image - 1st Photo Korea 2009>.

은지와 함께 다녀오다.

우선 인상적인 점은

전시장의 썰렁함....

 

사진에 대한 요즘의 많은 관심과

예전의 <매그넘 코리아전> 전시장의 모습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오픈한지 불과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고

평일 오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썰렁하다못해 텅 빈 전시장이 조금은 의외였다.

덕분에 시간은 자유로왔고

이리저리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닐 수 있었고,

동선이 얽히게 사진을 보러다녀도

불편한 점이 없어서 좋았다.

전시장 바닥에 그냥 편하게 앉아 있을 정도의

편안함도 좋았다.

 

현실의 재현 장치이자 시간의 포획자,

순간의 영속화 기제 혹은 시뮬라크르일 뿐인 이미지의 생산 도구.

전시장에서 만난 사진들은 어느 하나에 머물지 않았다.

사진이 담아내거나 만들어내거나 사진이라는 장치만 거쳤을 뿐

회화와 다름 없는 질감과 상상력,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이미지 생산 기계로서 사진은

예술과 대중적 이미지 생산 영역 양자 모두에서

자기 영역을 공고히 할 가능성을 확보해 가는 것 같았다.

 

처음 등장하면서 사진이 회화의 현실 재현력을 위협했다면

이제 사진은 회화의 자유로운 상상력의 영역 까지 위협한다.

아니 이미 역전되었는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미지로 꿈꾸고 그 꿈을

보여주는 것까지 가능하게 한

디지털 이미지 생산과 변형 기술은

사진과 더할 수 없이 잘 들어맞는

짝패임을 전시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그넘의 사실성과 기록성은

사진 속에서 다른 형식의 옷을 걸치고 다가온다.

사진의 사실성과 기록성은 이제

시큘라크르의

 또하나의 이미지일 뿐이다.

 

일상공간은 여전히 중요한 사진의 주제이자 소재였다.

강홍구, 최민식, 이강우, 박홍순의 경우처럼

비교적 전통적인 재현 방식으로 드러나건

박승훈의 경우처럼 꼴라쥬 형식으로 표현되건

윤정미, 장성은의 경우처럼 연출된 주제와 색체감으로 표현되건....

 

특별전으로 기획된

중국작가들의 키치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색감과 상상력이 인상적이었다.

강렬한 붉은 색과 만화적 상상력이 두드러졌다.

 

전체적으로 낯설지 않은 이미지들과 낯선 이미지들의 절묘한 혼합이

전시장 전체를 메우고 있었다.

사진은 그만큼 가까이 와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가 몸담은 세계의 이미지가

이미 그 자체로 사진의

한 슛(shoot)임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카메라는 은지가 들고 다니며 부지런히 찍었다.

더러 몇 컷은 내가 담기도 했고,

대부분 은지가 담았다.

한 두어 번 더 다니다 보면

이미지의 경계들이

흐려질까...

박승훈, TEXTUS-분리불안

 

이인철, 무기여 잘있거라

 

 김영수, 가면시리즈

 

C-gene, Super Burst

 

성남훈, 연화지정

 

박홍순, Paradise in Seoul.

 

황지우-손호철, 아시아대륙 특별전, 몽골

 

이인철, 빵

 

임택, 옮겨진 산수 유람기 

 

 

긴 사족.

웬만한 전시장을 다 돌아보려면

그래도 한 시간 여는 족히 걸리는데다

왔다갔다 다시 보고 뭐 그러자면

전시장 가면서 한 두어 시간 이상은

넉넉히 예상하고 가게 마련이고

이번 전시의 규모도 충분히 그 정도 이상의 시간을 요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시장 어디 한 곳

소파는 차치하고라도 의자하나 놓인 곳이 없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겠으나

이보다 규모가 작았던 예전 한가람에서 있었던 사진기획전 때도 

비교적 넉넉한 정도의 소파가 있었던 쉼터가 있엇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리 공간을 대여하여 사용하는 곳이라고는 하나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었다.

 

게다가 참여작가들의 인터뷰 비디오 영상을

입구에 배치해 놓은 것 또한 조금 더 신경 쓸 부분이었다.

물론 위치상으로는 입구라기보다는 출구라는 개념으로

그곳에 배치해 놓았을 수도 있고,

입구에 들어오면서 작가들의 인터뷰를 보고

들어오라는 생각에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건 비디오 영상물의 위치는 잘못되어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가자 마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많이 붐비는 경우라면

영상물 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입구를 막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다행이 오늘은 관람객들이 없어

나는 바닥에 앉아 20여분 가까이 봤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많아서야...^^;;

 

중간쯤의 공간에 비디오 영상물을 배치하고

의자와 소파 정도는 간단하게 놓아두어

관람객들이 보는 도중 적당히 쉬면서

작가들의 인터뷰를 볼 수도 있고

작품에 대한 생각도 한 번 더 할 수 있고

동행이 있다면 소곤소곤 이야기도 나눠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오면서 입구에 앉아 입장권을 받으면서

도록과 엽서를 판매하는 분들에게 이런 생각을 전했더니

반영되도록 하겠다면서 신경을 쓴다고는 했는데....

다음번에 가 볼 일이다.

 

 전시장 안을 다니면서 보니

전시장 안의 안내스탭들 또한 계속 서서 움직이고 있었다.

뭐 돌아가면서 하겠으나 그래도 그들을 위한 의자 정도라도

있어줘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