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노무현 전대통령 추모 사진전

그림자세상 2009. 7. 16. 17:13

달처럼 뜬 노란풍선…눈물의 추모행렬
노무현 전대통령 추모 사진전
한겨레 노형석 기자
» 노무현 전대통령 추모 사진전
“사진을 찍는다는 건 달아나는 현실 앞에서 모든 능력을 집중해 그 숨결을 포착하는 것이다.”

보도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린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의 이 한마디는 지난 5~6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취재한 국내 사진 기자들에게 화두와도 같았을 것이다. 서민 지도자를 잃은 슬픔과 뒷걸음치는 민주주의에 대한 걱정과 분노가 회오리쳤던 추모의 현장 속에서 그들은 번민을 거듭하며 사진들을 쏟아냈다. 설명적인 신문 보도사진 뒤켠에는 그래서 기자 개인의 시선과 욕망으로 포착한 숨은 사진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지난 5월 개관한 서울 대학로 갤러리카페 포토텔링의 사진전 ‘눈물은, 진하다’(8월15일까지)는 그 숨은 사진들 400여장을 내보이는 자리다. 비주류 매체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사진기자 13명이 자기들만의 시선으로 찍었으나 매체에는 실리지 않았던 장례식, 빈소 주변 현장과 사람들의 풍경들을 비춘 사진들이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전례없는 비극을 바라보는 작품 속 앵글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개 차분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군중과 현장의 이면을 좇으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밤하늘에 고인을 추모하는 노란 봉지 기구를 띄워올리는 추모객과 그 위 해파리처럼 유영하는 봉지들(이기범), 빌딩의 파란 커튼월 유리벽과 깔끔한 대비를 보여주는 노란 추모 풍선떼(양시영)들은 애조 아닌 공간 그 자체로 추모 정국의 단면들을 드러내준다. 추모 군중들에 주목한 이명근씨의 작업들은 묵묵부답하거나 눈을 치뜨고 이를 앙다물며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등의 다양한 표정과 움직임을 포착한다. 고인의 죽음과 집단적 상실감에 대한 형상화라고나할까. 흐릿한 고인의 초상 실루엣을 배경으로 복잡다단한 표정을 짓고 선 정치인 손학규씨의 클로즈업 사진(이치열)또한 느낌이 강렬하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씨의 말처럼 “그날 우리가 흘렸던 눈물들의 성분과 의미에 대해 묵상하는 시간을 갖게” 만드는 사진들이다.

이번 전시는 전시장 주인이자 사진가인 이현석씨가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을 찍지 못했다는 자괴감에서 평소 어울리던 기자들에게 제안해 이뤄졌다. “보도사진 같지 않은 사진들을 고른다”는 것을 가장 첫번째 원칙으로 삼아 작품을 골랐다고 한다. 이씨는 “대단한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때의 다양한 기억을 다시 그리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