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한국 현대사진 대표작가 10인전 : 2009 오디세이"

그림자세상 2009. 8. 8. 16:51

코엑스의 "슈팅 이미지전"이 디지털과 하나된 사진의 대중화 과정의 진화를 보여준다면

한가람미술관의 "2009 오디세이"는 전통적 방식의 사진이 어디에 와 있는지를 보여준다.

디지털의 등장으로 다른 어떤 장르보다 대중화 된 사진 영역에서 이 작가들은 이미지를   

포착하는 자신만의 시각은 물론 마지막 사진 작품의 생산 과정 전반에 새로운 테크닉과

장인적 품을 들여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에게서는 대단히 전통적인 일상의 소재를 통한 대중적 친밀감과

그 소재를 사진이라는 매체에 담아내고 그 매질을 새롭게 변형시키는 새로운 기법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디지털 매체와 아날로그 매체라는 서로 다른 매질을 통해

사진의 현재성을 보여주는

"슈팅 이미지 전"과 "2009 오디세이"는,

사진이 이전 방식의 기록 매체로서의 장점은 물론

구상, 추상의 회화 영역은 물론 설치예술의 영역까지를

넘나드는 예술적 자기 영역까지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명근의 작업은 여러판의 필름을 플라스틱에 겹쳐 배열함으로써

입체감과 이야기가 있는 3차원적 사진 공간을 보여준다.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과 이미지가 달라지는 배열을 통해

평면의 사진에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구본창의 작품들은 찍고 인화하고

수십장의 사진들을 다시 실로 꿰메이어 붙이고

실들을 그냥 늘어뜨려 놓음으로써

투박하면서도 강렬한 질감을 부여한다.

 

단순히 이미지들의 겹침이나 꼴라쥬가 아니라

한 이미지 안에서 원 이미지의 다양한 재질들을 꼴라쥬한

구본창의 작품은

그 물질로 표현된 이미지의 다층적 질감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장점을 지닌듯 하다.

 

흑백의 강한 대비와 이어붙인 프린트의 울퉁불퉁한 표면과 

들쑥날쑥 아귀가 맞지 않는 이미지의 윤곽과 더불어

얼기설기 꿰메 늘어뜨린 실은 그 자체로

원형적 육체 이미지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원형 그대로의

강렬한 에너지와 욕망, 그리고 불안의 오브제에 다름 아니다.

 

 

민병헌의 작품은 한폭의 동양화를 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과 회화의 경계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색감에 더해

<snow land> 시리즈에서 보이는 

여백의 처리도 인상적

전체적으로

한폭의 수묵화.

 

 

배병우의 소나무 시리즈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지만

실 크기로 전시장에서 보기는 처음.

실제 사진 앞에 서니 금방이라도

마치 저 소나무 숲 한 가운데 있기나 하듯

소나물들 사이로 피어오르는 안개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이

느껴질 정도.

더불어 간결한 대비와 구도가 인상적인

오름시리즈도 흑백 두 색채의 어우러짐이 갖는

조화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오형근의 인물시리즈는 특히 여성들에 대한 재현을 통해 이야기를 건넨다.

소녀시리즈의 일부인 이 소녀들의 시선이 전하는 이야기는 모호하다.

하지만 그 시선들 속에서 대면하게 되는 의문부호,

피사체이자 모델인

소녀들이 지닌 의문부호인 동시에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향해서 던지는 그 의문부호가

이 사진을 마냥 편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작가의 아줌마 연작에서도 아줌마들의 시선에는

한결같이 마뜩찮은 표정이 담겨있다.

여성, 아줌마, 소녀.

그 기표와 이미지, 그리고 그 속에 내포된 사회적 기의에 대해

그들 스스로가 느끼는 그 마뜩찮음과 불안,

그것이 그들의 시선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작가의 의도가 이것일까.

 

 

 

 

 

이갑철의 사진을 대하고 떠오른 이가 있다.

큰아버지였다.

투박한 얼굴, 가늘고 짙은 얼굴 전체의 주름,

늘 술 기운으로 발갛게 상기되어있던,

비틀거리며 동구밖 길을 걸어오거나

겨울, 잠시 들렀다 떠나는 나와 아버지를

멀찌감치 따라나오며

뒷짐 진 채 배웅하시고는

고개를 떨구고 돌아가다 다시 돌아보던,

그리고는 끝내 돌아서지 못하던.....

 

이갑철의 사진에서는

아릿한 고향,

마냥 따뜻하거나 푸근한 고향이 아니라

돌아보면 눈물날 것 같은

그런 고향, 그런 어른들의 모습이 보였다.

무엇을 말해서 이기도 하겠지만

그 무엇을 보여주는 흑백의 색감도
이갑철의 사진에서는 그런 내음을 지녔다.

 

 

 

 

처음엔 사진인가? 했다.

옆의 설명을 보니, 작업은 많은 품이 들었다.

"한지에 감광 안료를 붓으로 여러번 바른 다음 이미지들을 안착시키고,

거기에 정착액을 바르고, 씻은 다음 말리기를 반복"하여 완성된 것이란다.

이러한 복잡한 매카니즘을 거쳐 한지 위에 나타난

이미지, 물건들은 한지와 하나가 되어 있다.

사진이라기보다는 회화처럼.

 

 

 

 

 

 

 

 

주명덕의 사진에 포착된 도시공간은

바로 어제,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그 공간이다.

도시의 쇼윈도우, 가로수, 벽의 그림, 광고판

무엇이건 그의 렌즈에 담긴다.

렌즈에 담긴 이미지 속에 주변의 반영된 공간들은 물론

렌즈를 들이대고 있는 자신까지

모두가 하나의 오브제로

담겨있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일상임을 그대로 알려주듯이.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 배병우의 소나무 앞이었다면

가장 깊게 머물렀던 곳은 최광호의 죽음의 대면 앞에서였다.

장인 장모의 죽음의 순간을 담아낸 이 사진들을 이미지가 표현하는 것도 그러했지만

독특한 질감 또한 인상적이었다.

"광호타입"이라고 명명된 이 현상 방식은

인화지를 현상액에 24시간 이상 담가두어서 생긴 독특한 현상이라고 한다.

죽음의 이미지와 사진의 질감은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이 사진에서는 작게 보일 수밖에 없으나

벽면 전체를 가득 채운 장인 장모의

임종의 모습은

생과 사의 그 한겹의 경계,

그러나 무한한 경계에 대해,

살아있음에 대해,

떠난 자와 남아있는 자의

끊을 수 없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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