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지다
여국현
올 때는
고즈넉한 밤 봄바람에 안겨 머뭇거리며
백합같은 얼굴 하얀 손으로 가리고
고개 숙인 채 부끄러이
옷 매무새 여미는 소녀처럼
수줍게 다가와 안기더니
떠날 때는
천둥 비바람에 쫓겨
옷고름도 채 여미지 못하고
몸 가눌 틈조차 없이 떠밀려 쓰러져
통곡하는 여인처럼
어지러이 경황없이 떨어지는구나
오고 맞는 미소 아련하고
떠나고 보내는 울음 처연하다
봄 밤
목련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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