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를 하고 도로를 건너 양떼목장 반대편으로 길을 나섰다.
나중에야 생각한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이 반대로 길을 오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길로 오른 것은 착한 선택이었다, 물론 우리는 모르고 이리 올랐다^^*~
오를 때 하늘을 제대로 보고 오를 수 있고,
아직은 아침이었으므로 해는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비추어
오르면서 보게 되는 맞은편 하늘의 푸르름을 그대로
보고 안을 수 있었으니.
차들이 지나는 도로를 건너 길로 들어서자
이내 산책로 같은 길이 다가왔다.
조금 더 오르자 이정표가 보인다.
길이 워낙 편안한 산책길이라 4.7km의 거리가 시작부터 짧게 느껴졌다.
이정표 있는 곳으로 오르던 작은 자갈길 위에 송충이들이 참 많았다.
그 옆에는 그보다 더 많은 개미들이 모여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가만히 보니 이들은 곳곳에서 생사를 건 투쟁중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개미의 승리로 끝나는 것 같았다.
생사를 건 개미와 송충이의 투쟁이 어찌되었건
머리 위 하늘은 푸르렀고 푸른 하늘로 향하는 시선 속으로
줄지어 선 목책이 들어왔다.
더 멀리 하늘은 점점 더 파랗게 변해가는 것 같았다.
가는 곳곳 나무 가지 사이에 리본이 걸려 있었다.
길 안내를 위한 것이라기엔 너무 환한 길이었다.
그럼에도 가지 위에 걸린 원색의 리본은
산만하지 않아 깔끔해서
어찌 보면 처자의 머릿결에 묶인 참한 리본 같았고
또 어찌 보면 건장한 남정네의 팔목에 감긴
맵시있는 손수건 같았다.
구름은 하늘에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리고 있었고,
구름을 배경으로 하늘을 나는 작은 벌레들도 자신들의 존재를 잊지 말라 힘차게 날고,
그 아래 진초록의 나무는 끓어넘치는 생명의 열기로 무성했다.
그런 하늘만 보다 문득 고개를 내리면
길은, 나 여기 있다! 말하고
길지 않은 그 길 언덕을 넘어 오른 자리에서 돌아보니
저 아래 낯선 존재가 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그러나 눈도 마음도 그 아래 보다는
이런 다른 아래를 향하려 했다.
위로도 아래도로 마음은 오르고 내리고
눈길이 가기 전에 제 먼저 멀리멀리 달려간다.
조금 더 멀리,
길도, 바다도, 하늘로 향하는 길 위의 반듯한 비행로도
다 한 길로 이어지는 한 마음처럼 각기 다른 방향에서
어딘가 같은 곳에서 오고 같은 곳으로 달려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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