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선자령 길 위의 짧은 기록(1)

그림자세상 2011. 6. 9. 21:35

연휴를 며칠 앞둔 날, 전화가 왔다.

"선생님, 연휴에 바우길 가시는 거 어때요?'

마음이 심란하던 한참을 보내던 터라 사실 어떻게라도 하긴 해야 했다.

때맞춤이었다. 

허락도 얻기 전에 결정은 되었고,

은근슬쩍 조심스레 운을 띄웠더니

주말이라 내켜하지 않을줄 알았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긴 뭐 일부러 전화통화를 들으라 했던 이유를 아는 까닭일터^^*~

"그래....산에 가자고? 음, 그래, 나도 딱 그랬으면 좋겠는데,

 미안해서 말이지...일단 내가 다시 전화할게~"   

다 작전이었지만 알면서도 꼭 필요할 때

눈 감아주는 미덕은 감사할 뿐^^*~

 

5시에 집 앞에서 출발하기로 했지만 늘상 3시는 되어야 찾아오던 잠이

내 사정 봐줘서 전날이라고 일찍오지는 않을터,

결국 3시 반이나 되어 5시 반에 알람을 맞추고 잠깐 눈 붙이는가 싶었는데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지금 출발해요, 5시 20분이면 집 앞 도착이요."

손전화를 보니, 4시 30분.

한 시간을 걸리겠다, 했다.

다시 잠, 그리고 다시 전화가 온 것은 5시 20분.

"지금 집에서 출발이요. 국민은행 앞으로 나오세요."

상봉이니 코앞이다.

새벽에 싼 가방을 둘러메고 주섬주섬 옷을 챙겼다.

이미 날은 밝았다. 

 

나가니 둘은 이미 국민은행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대관령 바우길 첫 걸음은.

 

인천에서 출발한 J는 전날 충분히 쉬었다 했지만

새벽 4시도 전에 일어났으니 피곤했을 것이고 

S는 감기 기운이 가득했다.

겨우 눈 붙였다 일어난 나도 뭐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여행은 신기해서

그 모든 피곤함을 걷어가 주기도 한다.

 

휴게소 마다 들러 어디에서는 커피를 마시고

어디에서는 아침이라고 라면에 김밥을 먹고

그러다 보니 어느덧 2시간 반 남짓한 시간은 훌쩍 가고 있었다.

오는 내내 하늘은 맑았지만

강원도의 하늘은 뿌얬다.

 

하늘에 모습을 드러낸 해는 흐릿한 안개에 가려져 내내

온전한 제 모습들 드러내지 않고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흐릿하게 우리를 앞서 갔지만

땅 위의  길은 우리를 제 길로 어김없이 데려다 주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길은 한산했고

아침 바람은 시원했다.

피곤은 이미 훌쩍 사라지고 없었다.

 

강원도를 들어서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차창 밖으로 손 전화 카메라에 흐릿한 아침 하늘을 담았다. 

 

 

 

 

 

 

보기에는 까만 밤 같지만 이미 날은 밝을대로 밝았고

아직 이른 아침이었지만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흐릿해도 따가왔다.

가끔 짙은 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담기는 강원도의 하늘과 해는

둘 것 두고 떠나온 이의 마음에 또렷한 자욱을 남기며

멀리멀리서 손짓하는 산자락을 끌어당겨준다.

 

 

이때가 가장 가까왔다, 해.

손 전화의 카메라가 다소 거짓말을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산허리의 자욱한 안개와 흐릿한 해가 만드는

뿌연 산수화는 무엇이고 잊고

그런 뿌연 망각의 장소에 가까이 오라

은근히 유혹하고 있었다.

길 떠난 이의 마음이 그렇기에 그랬을 것이지만, 물론. 

 

 

그리고는 금방이었다.

환해진 도로를 따라 양떼목장 표지를 보고 들어선 곳,

이미 그 앞앞에서부터 안개는 사라지고

하늘은 깨끗하고 파란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양떼목장과 선자령 입구에 들어서는 멀리서부터 보이는 입구의  

풍력발전기는 높이와는 다른 귀여움과 깔끔함을 담고 있었다.

하늘은 어울리게 파랬다.

정말 파랬다.

 

 

 

깃털 같은 구름이 하늘을 부드럽게 핥으며 흩어지고

햇살은 강하면서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 뜨거웠다. 

 

선자령과 양떼목장으로 오르는 입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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