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선자령 길 위의 짧은 기록(4)

그림자세상 2011. 6. 9. 23:58

선자령 비 뒤의 풀밭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김밥을 프라스틱 김밥 용기에 담아왔다.

방울토마토를 씻어 밀폐용기에 담아왔다.

컵라면을 내고, 보온병에 끓인 물을 담아왔다.

맛있게 삭은 김치를 밀폐용기에 담아왔다.

마지막으로 커피를 꺼냈다.

한 살림 차려왔다.

 

 

선글라스 쓴 이 친구가 다.....

 

 

우리는,...

 

맛있게 먹었다.

 

복 받을게다^^*~

 

 

 

밥 먹고 이러고 놀다가

이야기 하다가

풀밭 위에 누웠다.

 

 

둘은 잠깐 잠이 들었고,

 

졸다 깬 나는

내 발 하고 혼자 놀았다.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자연은 혼자서도 아름답지만

사람을 품고 사람과 어울릴 때

더 아름답다, 생각될 때 많다.

물론 그 어울림의 몫은

자연이 아니라 사람쪽에 더 있지만... 

 

저곳에서는 사람들이 만들어 세운

큰 바람개비들도 뾰족뾰족

자연의 일부처럼 땅에서 솟아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가까이서 본 녀석은

크고 높았다.

이 크기와 높이로 위압감이나 두려움을 두지 않는 것도

재주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위해

끊임없이 세우고 쌓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하늘은,

 

넓고 높다.

 

 

이제 다른 의미로 올려다보인다.

오르던 길은 내려가야 한다.

내려간다면 또 올라갈 길도 있으리라.

 

하여, 우리는 걷는다.

산다.

 

 

그렇게 오르고 내리고

가는 길,

 

더러 깊은 어둠같은 터널을 지날 때도

쏟아지는 빛,

없지 않음을 알기에.

 

 

그리고 아주 가끔은

이렇게 환하고 뜨겁게 내려오는 빛

있음도 알기에......

 

 

이제 마지막 내려감을 위한 오름길,

그렇게 길은 우리를 걷게 한다.

 

우리가 찾아 들어온 길이었으나,

우리를 인도하는 것은

우리가 걷는 길이다.

 

 

길은 묵묵히

우리 걸음을 인도한다.

 

우리가 길을

길이 우리를

가고 오게 한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가는 길이 있다.

 

더러 우리는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 채 길을 간다.

 

알고 가건 모르고 가건

들어선 어떤 길은 멈출 수 없는 것,

더러 모든 시작은 끝을 향한 묵묵한 걸음이다.

 

하여, 우리는 걸을 뿐이다.

뚜벅뚜벅, 최선을 다해 걷는 그 걸음이

우리의 전부인 것이다.

 

언제가 그 모든 길의 끝에 다다랐을 때

하여 문득 우리 걸음이 멈추었을 때,

돌아보리라.

 

미소, 혹은

눈물을 머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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