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공기는 쌀쌀했다. 봄 날씨 같지 않았다.
수업을 마치고 나선 어두운 길에는 아직 조심스런 봄기운과 여적 머뭇거리는 겨울 잔기운이
서로 눈치를 보듯 거리를 두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에서 비켜가고 있었다.
개교기념일이라고 집에 온 다솜이는 모두가 나간 월요일 내내 혼자 있다 학교에 들어가야 했다.
마음이 쓰였다.
아침에 전화를 했을 때 잘 있다가 너무 어둡지 않을 때 들어가, 했다.
어두울 때 집을 나서는 것은 쓸쓸하다.
혼자 있다 나서는 길은 더욱 그럴 것 같았다.
모두가 분주히 나간 빈 집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것도,
혼자 빈 집을 나서야 하는 것도,
생각하는 내 마음의 허함이 더했다.
바람 찬 도서관 앞을 지나며 전화를 했다.
얼마간의 신호음 후 전화를 받는 다솜의 목소리가 밝았다.
어디야? 집이야? 아니 나왔어. 밥 먹고 있어.
밥? 응, 엄마하고. 그래? 다행이다. 아빠는 걱정이 돼서....그랬다.
말뿐이지만 달리 어쩔 수도 없이 멀리서 그랬다. 그때 다솜이가 말했다.
걱~정 하지 마~
걱정하지마, 란 말이 이렇게 고맙고 감미로운 말이었던가.
다솜이의 마음에서 나와 내 귀에 전달되는 그 말에 그 순간 나는 잠시 말을 잊었다.
기억이 맞는 것일까. 다솜에게서 처음 듣는 말이란, 내 기억이.
처음이건 두 번이건 세 번이건 전화를 끊고 걸어가면서
내 귀에 울리는 그 말을 몇번이고 되새겨보았다.
걱~정 하지 마~
걱~정 하지 마~
무거운 가방을 쥔 손에 힘이 꾹 실리고 마음은 뭔가 모를 뜨끈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봄기운 가득 머금은 바람이 성큼 다가서고 어두운 도서관 앞이 환해졌다.
나는 성큼성큼 힘을 내어 어둔 길을 환하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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