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새벽에 깨어

그림자세상 2011. 2. 27. 21:25

새벽에 깨어

 

여국현

 

 

비바람이 치는 새벽

잠든 아이들의 방문을 열어본다

 

나란히 모로 누워 다리까지 같은 모양으로 올리고 

두 아이 함께 잠들어 있다

얼마만인가

나는 또 얼마만인가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같은 모습으로 새근거리며 잠 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발가락을 가만히 잡고 있으면

눈물이 났다

 

무엇도 시작 할 수 없을 것 같던

열아홉 절망의 봄

바람에 맡기듯 나를 맡겼던 어두운 바다

집어등 환하게 밝히며 나서서

새벽 어스름을 등지고 조용히 돌아오던 고깃배

위에서 흔들리던 삶은

경건하고 두렵고 눈물겨웠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잠 든 아이의 발가락을 가만히 잡고 있으면

그 바다가 전하던 심연의 침묵이

웅웅거리며 들려오곤 했다

그 소리에 잠겨 유영하다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온기를 타고 

그만 아이의 꿈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늦겨울 비바람에

마음이 흔들리는 새벽

가만히 열어본 아이들의 방

두 아이는 곤한 잠 속에 빠져 있고

나는 잠든 아이의 발가락을 가만히 잡고 있다

 

경건하고 따스하며 눈물겹고 두렵다

잠든 아이의 맨발을 통해 전해오는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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