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깨어
여국현
비바람이 치는 새벽
잠든 아이들의 방문을 열어본다
나란히 모로 누워 다리까지 같은 모양으로 올리고
두 아이 함께 잠들어 있다
얼마만인가
나는 또 얼마만인가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같은 모습으로 새근거리며 잠 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발가락을 가만히 잡고 있으면
눈물이 났다
무엇도 시작 할 수 없을 것 같던
열아홉 절망의 봄
바람에 맡기듯 나를 맡겼던 어두운 바다
집어등 환하게 밝히며 나서서
새벽 어스름을 등지고 조용히 돌아오던 고깃배
위에서 흔들리던 삶은
경건하고 두렵고 눈물겨웠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잠 든 아이의 발가락을 가만히 잡고 있으면
그 바다가 전하던 심연의 침묵이
웅웅거리며 들려오곤 했다
그 소리에 잠겨 유영하다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온기를 타고
그만 아이의 꿈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늦겨울 비바람에
마음이 흔들리는 새벽
가만히 열어본 아이들의 방
두 아이는 곤한 잠 속에 빠져 있고
나는 잠든 아이의 발가락을 가만히 잡고 있다
경건하고 따스하며 눈물겹고 두렵다
잠든 아이의 맨발을 통해 전해오는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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