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엘리제를 위하여

그림자세상 2010. 12. 17. 00:40

엘리제를 위하여

 

            여국현

 

 

한해 중 가장 추웠다는 겨울 밤

동물원 놀이공원 

빈 산책로를 따라 켜진 가로등은

서로를 마주 비춘 채 창백하게 떨며 섰고

동물 우리에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운동복 차림의 사내들이 

빠르고 우스운 걸음으로 잽싸게 지나갈 뿐

동물원 놀이공원은 찬바람과 어둠의 세계였다

눈 덮힌 산에서 쫓긴 동물들이 어둠 속에

먹이와 빛을 찾아 절룩거리며 찾아들듯

가로등도 어둠도 한꺼번에 모여있는 

놀이공원 정자 아래 

가로등 불빛을 반사하는 하얀 입김

하나로 포개진 두 입술

서로를 파고드는 네 손

 

사랑은

한해의 가장 추운 겨울 밤

얼어붙은 입술을 부벼 녹이며

서로의 호흡을 뜨겁게 받아들이는 것  

 

인적 끊긴 겨울밤 동물원

산책로를 돌아나와 그림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연인들의 입맞춤은 끝나지 않고 

가로등 옆 스피커의 음악도 멈추지 않았다

 

엘리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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