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것은
여국현
황단보도를 건너 골목길로 그는 사라졌다
정지된 자동차들과 리어커 사이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무엇이건 떠나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카페 앞 노천 의자에는 빈 자리가 가득했다
극장 옆 나무에는 빈 가지가 가득했다
정거장 사람들은 맹목적인 기다림 속에서
조용하고 쓸쓸한 풍경이 되어 있었다
청소차가 물을 뿌리며 지나갔다
부랑자와 노숙자들이 무료 급식소를 향해
어색한 머뭇거림이 담긴
직선의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봄 기운 머금은 겨울 공기 속에서
소녀들의 머리카락은 그들의 웃음보다 아름다이
그들이 모르는 슬픔보다 찬란하게 나부꼈다
연탄불에 떡 굽는 병원 앞 할머니의 손가락은
구멍 뚫린 목장갑 사이로 꾸중듣는 아이처럼
슬픈 표정으로 다소곳이 꺾여 있었다
녹색의 버스는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푸른색 버스는 기다림 없이 지나갔다
횡단보도 건너편 벤취 앞 연인들은 아직도
갈 길을 정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공원 앞 비둘기들은 습관처럼 날아올랐다
내려앉았다를 반복하며 교활한 눈동자를 빛내고 있었다
키 큰 은행나무 사이 터진 풍선이 끼어 있었다
고개를 숙이거나 옆으로 돌린 사람들이
힐끗 곁눈질을 하며 무심한 척 지나갔다
황단보도를 건너 골목길로 그는 사라졌다
정지된 자동차들과 리어커 사이
나는 서 있다
무엇이건 떠나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것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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