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내가 사랑한 나무...!

그림자세상 2010. 12. 14. 21:07

 

 

학기 마지막 야간수업.

마지막 시간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목,

이번 학기 내 눈길이 가장 많이 머물렀던

나무. 

그 앞에

그 아래 선다.

 

무엇인가가 아름다운 것은

그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먼저 그 자신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가로등 불빛 아래 

자신의 모든 거추장스러운

옷들을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돌려보낸 채 

앙상하지만 숨막히게 곱고 강한 심줄 같은

뼈 마디마디 당당하게 드러내고

누구에게가 아니라

온 시간을 견뎌낸 스스로에게

환하게 웃고 있는

그,

나무,

 

아름다웠다!

 

다시 보게 될 때

나무,

그는 어느새 푸른 잎들을 내고 있으리라.

 

지금 환하게 웃는 저 미소

속으로 담고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깔깔거리는 웃음

푸르게 푸르게 던지리라....

 

그의 당당함을 사랑하고

그의 한결같음을 사랑하고

그의 홀로있음을 사랑하고

그의 흔쾌한 버림을 사랑하고

그의 영원한 새로남을 사랑한다

 내가 사랑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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