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보름달이 있는 풍경 2

그림자세상 2010. 9. 25. 14:39

보름달이 있는 풍경 2

 

              여 국 현

 

 

 

신문지 넓게 깔린 거실에

튀김가루 입혀

풀어놓은 계란옷 입을

고구마 연근 버섯

대구 명태 오징어 쇠고기 

순서대로 놓이고

아직 여린 작은 아이가

전을 부치느라 연신 분주하다

부침 재료에 계란 옷을 입히던 남자는

부침가루 묻은 아이의 모습에 웃음을 짓고

모든 걸 다 준비하고 손질해 장만해 놓은 여자는

작은 방에서 깜빡 곤한 잠에 빠졌다

큰 아이는 뜨거운 버섯전이 맛있다 품평을 하며

올해는 고기전이 많다, 흐뭇해한다

계란옷이 다 떨어져 갈 무렵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작은 아이는

연신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도

부침 젓가락을 놓지 않고

큰 아이는 생선전은 싫다며 

작은 아이와 남자를 사진에 담느라 분주하다

남자는 마지막 계란 옷을 입히며

신문지 깔린 거실과

전 부치는 작은 아이와

카메라 든 큰 아이와

어느덧 곤히 잠 든 여자를

말 없이 바라본다

 

세상은 이렇게 멈출 때도 있는 것이다

 

남자의 고향집에서는

남자의 어머니가 전화를 기다리고

자의 아버지는 친척들이 모일 큰집에

남자가 오지 못함을 전하고 있을 것이다

남자의 아버지가 전화를 끝내고

남자의 어머니가 전화를 받을 무렵

아이의 전 부치는 일도 끝나고

남자와 여자와 아이들의 집에도

남자의 고향집에도

여자의 꿈속 그곳에도

가거나 오지 못한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에도

 

보름달이 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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