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혹은 무지함에 관한 아주 사소한 단상

몇년 전 부터 한 두어달 정도 주말에 수원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반가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가고오는 길이 제법 멀 때 그 반가움은 배가되기도 하고

더러 그 가고오는 지난함때문에 어떨 때는 힘이 들기도 한다....

언제나 그 길을 전철로 가고 온 것은 딱히 무슨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냥 타면 그곳까지 가니까,

내 몸에 각인된 습관과 관성이 그리 만든 것이려니.

1시간 30분 가까운 시간이 부담이 아닌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언제나 그렇듯 그 시간이 하는 일도 있는 것이니까, 생각했다.

더러는 그 긴 시간 동안 앉아서 다른 일을 조금 하면서 가기도 하고

더러는 적지 않은 시간을 서서 가면서 사람들 구경하다 밖을 보다

그렇게 시간과 친구가 되기도 하면서 오간 시간이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이란 모든 구간이 밖을 보면서 갈 수 있다는 사실.

그러나 가고오는 모든 시간이 토, 일이라

거의 언제나 사람들도 붐비는 전철이 대부분이었고,

대부분의 시간 가는 데 적잖은 힘을 들인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참 역설적이게도 갈 때보다

좋은 사람들과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그 힘으로

그 분들의 기운을 모아 돌아오는 길이 덜 힘들 때가 많았다.

대부분 토, 일요일 늦게 돌아오는 전철 안이라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하루를 혹은 주말을 보낸 피로의 흔적들이 풍겨왔다.

모두들 나름의 시간의 흔적을 몸에 새긴 채

전철안에 가득한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시간을 가늠해 보는 순간순간으로

또 돌아오는 시간들을 채우곤 했다.

 

그리고 다시 이번 봄에도 간다.

이번엔 전철이 아니라 열차를 탔다.

처음엔 어쩔 수 없는 이른 시간때문이었다.

전철을 타고는 도저히 갈 수 없는 이른 시간 때문에 열차를 선택했다.

가고오는 시간이 일이 아니라 짧은 여행이 될 수도 있는 것을,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그저 40여분 남짓한 시간 동안 밖의 모습들을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을,  

봄의 볕이 가득한 창 밖 모습이 마음속 분주한 시간들을 씻어주는 것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도 있게 되는 것을,

........

 

정확하게 여기까지였다.

그러니까 지난 일요일 수원가는 새마을호 열차 안에서 글을 올리다

서울을 벗어나며 끊겨버린 와이브로때문에 훌 날려버린 줄 알았던 글의 앞부분,

오늘 글을 쓰려고 들어오니 저장된 글로 다시 다가온다.

 

아마 그 뒤로도 한참, 더 썼으리라.

무관심과 시행착오로 그 먼 길을

두 시간 가까이 지하철을 타고 그냥 오가던 몇 해의 날들에 대해,

또 같은 무관심과 시행착오로 여전히 반복하고 있을 수많은 일들과 날들에 대해....

 

열차는 비상상황 시 작동하는 센서때문에

수원에 도착하기 전 세 번인가 갑자기 멈췄고

시간이 넉넉했던 나는 몇번이고 그렇게 멈추어도

길 위의 시간을 즐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늘 잃은줄 알았던 그날의 글이 문득 남아 돌아온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냥 훌쩍 날아가 버린줄 알았던 시간, 그 기억이

예기치 못했던 선물처럼 반갑게 다가온다.

 

기록은, 시간은 그래서 사라지지 안고 남아야할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시행착오와 무지함에 더해

사소한 일상 속에서 무수하게 반복되는 상실과 복원의 날들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