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를 한 것 같은 날이 있다.
지난 3월 18일이 그랬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앞 서점에 들렀다.
윤대녕의 신작이 나왔다는 광고 때문이었다.
[대설주의보]
3월 19일이 초판 발행일이다.
발행일 보다 하루 앞선 책을 받아든 느낌,
먼저 전해들은 합격소식이나 상받는 소식 같은 반가움....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는 글을, 작가를 만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아주 오랜만에 읽은 윤대녕은 반가웠다.
책을 계산하려고 기다리는데
계산대 옆에 CD들이 수북하다.
앞면에 5,000원, 1,000원 이렇게 떡하니 이름표를 단 낡은 시디들이.
아르바이트 하던 학생이 가지고 있던 시디들을 내놓은 것이란다.
시너드 오코너의 선집이 있길래 선뜻 집어들었다.
또 다른 한 시디와....1,000원짜리는 왜?
음악잡지에 부록으로 왔던 비매품이다.
매달 음반에서 한곡씩을 골라 실은 음반으로
돈 주고 산 것이 아니라 그 학생, 그저 그렇게 1,000원에 내놓았던 모양이다.
하나를 샀다. 그리고 우이동 학교 가서 들었다.
그리고 전화했다.
나머지 1,000원짜리 시디 모두 내가 사겠다고....
...............
오늘 그 나머지 시디 10장 받아들고 왔다.
윤대녕의 또다른 작품집, [제비를 기르다]와 함께....
학기 시작하고 마음 분주하게 지나간 시간 속에서 처음 읽은 책,
윤대녕의 [대설주의보], [제비를 기르다].
흑석동에서 우이동을 갈 때도
우이동에서 혜화동을 거쳐 장안동을 올 때도
윤대녕의 글과 그 속의 인물들과 날씨와
흔들리는 버스 안에 앉은 흔들리는 내 마음이 하나가 되는 날....
가끔 이렇게 세상은 멈춘 것 같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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