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사계/winter

2010 겨울 - 경계와 틈

그림자세상 2010. 1. 3. 13:34

한발짝만 내디디면 다른 세상이 열리고

한발짝만 내디디면 삶과 죽음이 만나는

모든 경계는 위태롭다

모든 경계는 치열하다

하여, 모든 경계는

처연하고 아름답다.

포기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삶과 죽음, 생성과 멸절,

오직 그 두 영역만이 존재하는

찰나의 시간,

겨울 눈 쌓인 천변 얼음 녹는 한 귀퉁이에서

그 벼린 칼끝같은 경계의 처연함과 아름다움을 본다. 

 

 

 

 

생명을 부여하는 햇살이 죽음의 입맞춤이 되기도 한다.

찬란한 은빛 광채를 흩뿌리며 망설임 없이 사라지는

한 존재의 경계를 다른 존재가 보듬어 안는다.

하여 예서도 생성은 소멸이고

멸절은 곧 탄생이다.

경계는 멸절이자 곧 생성의 공간이다.

가장 첨예한 생과 사의 쟁투의 백척간두.

그러나 그 쟁투는 보듬어 안는 쟁투요

다시 살기 위해 스스로의 멸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긍정의 멸실이다.

 

틈이 있어

솟아남이,

빈 공간이 있어

채움이 있으리.

마지막 남은

침묵의 포효의 공간,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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