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그리는 겨울의 수채화
눈에 담기는 풍경이 있고
마음에 안겨오는 풍경이 있다.
겨울, 눈에 마음에 안기고 담겨오는
자연이 그린 겨울의 수채화.
길은 겨울길이나
마음에는 봄길처럼 담겨온다....
"바람 속으로 씨앗을 퍼뜨리는 풀들은 빛나는 꽃을 피우지 않고,
영롱한 열매를 맺지 않는다.
갈대나 억새가 그러하다.
갈대는 곤충을 부르지 않고,
봄의 꽃들처럼 사람을 유혹하지도 않는다.
갈대는 바람 부는 쪽으로 일제히 쓰러지고
바람의 끝자락에서 일제히 일어선다.
갈대는 싹으로 솟아오를 때부터 바람에 포개지는 모습을 갖는다.
뿌리를 박은 땅과 바람에 떠도는 씨앗의 하늘 사이에서
갈대는 쓰러지고 일어선다.
갈대는 초겨울에 흰 솜 같은 꽃을 피우고,
바람이 마지막 씨앗을 훓어낼 때까지 갈대의 뿌리는 바람에 끄달리면서
바람에 불려가지 않는다.
갈대의 엽록소는 다른 풀들의 엽록소처럼 햇빛에 빛나지 않는다.
갈대에게는 푸르른 기쁨의 시절이 없다.
갈대는 새싹으로 솟아오르는 시절부터 바람에 포개진다."
-김훈, [자전거 여행]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만 갈 수는 없다.
걸어온 길을 두려워하며 갈 수는 없다.
길은 뒤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아가기 위해서 있는 법.
그러나 또한 뒤돌아 봄 없이 나아갈 수만은 없는 법.
두려움이 거기서 빛날 때
삶은 겸허해 진다.
휴식이 달콤한 것은
긴 여행의 피로가 가져오는 노곤함때문일 것.
또 돌아가야만 하는 길의 지난함을 견딜 마음의 힘을 채우는 시간이기 때문일 것.
휴식하라, 그대 마음속에 시간을 담고!
기억하자,
동결의 시간도,
동결의 시간을 한없이 견뎌내는 열정의 옹골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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