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눈이 제법 쌓인 천변,
이른 아침, 아직 사람 발길 많이 닿지 않은 곳
눈이 가득한 곳에 소복히 쌓인 눈을 녹이며 솟아오르고
빼꼼히 고개 내민, 잊혀지지 않는 생명의 소리들.
꺾여 꽃힌 잎조차
살아 돌아 올 봄의 기운을 담고 있는 듯
생기 있어 보임은 그저 착시일까....
몰락의 에티카,라 했던가.
그러나 정정하지.
이들은 몰락한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고,
가득 덮어 온 눈의 차가움을
스스로의 옹골진 결기로 받아 안으며
자신의 체온으로 그 눈까지 녹여내며
봄의 햇살을 가슴이 품은 것이라고....
죽음이라 하지 말라.
꺾여진 것 처럼 보일지라도
살아있음이라!
저 고개 내민 아래, 깊히
뿌리, 살아 있음이라!
꽃으로만 아름다움을 말하지 말자.
붉고 푸르고 노랗고 하얀 색으로만
생명의 정기를 말하지 말자.
생명은 여기,
이곳에도 꿋꿋하게 흐르고 있으니....!
보라, 차가운 바람 속에서
메말라 있는 저 가녀린 가지, 잎 하나하나에도
봄이면 푸르게 싱그럽게 돋아날 생명의 흔적을
놓지 않고 있음을!
그가 솟아오른 것이건
눈이 다 덮지 못한 것이건
아니면 그저 꺾이지 않은 것일 뿐이건
죽었다 말하지 말자.
죽음이라, 끝이라 말하지 말자.
우리, 보아 왔으니, 저들로 인해 봄이 오는 것을....!
이런 모습을 담던 끝에
한 마리 새를 보았다.
수로 아래, 사람들과 거센 바람을 피해 숨죽여 숨어있던, 새.
그는 날지 못했다....
다가가자 눈 위를 슬금슬금 걸어 피해보지만
오래 걷지 못하고 이내 다시 멈춰 섰다.
그는 상처 입었다....
몇 걸음 피해 가더니 가쁜 숨을 몰아쉬듯 이내 멈춰서
힐끔힐끔 나를 피한다.
며칠 뒤, 그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지만
내 눈에 그는 너무 피곤하고 상처입은 듯 보였다....
눈 위를 달려 지나가는 개들 소리에 흠칫 놀라며 고개를 젖히는 그를
몇 장 담다가 문득 미안해졌다.
그는 내가 그리 다가가도 피할 기력이 없었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그를 담았던가.
겨울이 가도록 살아남을 힘이 그대에게 남아있기를....
고통은 삶이다.
보다 깊은 고통일수록
보다 선명한 삶의 증거이다.
-C. La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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