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두물머리 행 사족

그림자세상 2009. 6. 28. 01:39

 

처음 두물머리 가던 날,

중간에 양평에서 내렸다.

몰라서 내렸다.

내리면  혹시 가까이 댐 있으려나 해서.

없었다.

대신 어렵게 댐 저 하류 강 쪽으로 내려가

둘러보고 올라왔다.

그리고 돌아와 30분 마다 들어오는 국철 기다렸다.

 

들어오는 국철.

종착역이 '국수'역이다.

국현이

국수행 열차 타고

국수 먹으러

국수에 있는

국수 식당 간다,

뭐, 이런 시시껄렁한

헛소리 속으로 생각하며,

전혀 테이크아웃 커피점 같지 않은 커피 점에서

만든 참 맛있는 샌드위치 먹으며

기다리던 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 기차는 날렵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없어서 좋다...^^*~

 

 그래서 가능하다, 나로서는 참 난감한 이런 놀이가...^^;;

 

 

양수역에 가까와지면서 철교를 지난다.

양 옆으로 강물이 넉넉하게 흐른다.

차 유리 색이 흰색이 아닌 것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건 시간이 흘러 어제, 그러니까 금요일 갈 때의 열차 안 모습.

밖으로 열차가 엇갈려 지난다.

가는 시간 내내

차 객실 안에는

 세 명이 타고 있었다.

나 말고 나머지 둘은

고등학생들이었다.

이 칸이 마지막 칸인데

저쪽 왼편에서 한 학생은

오른쪽 의자에

다른 학생은 왼쪽 의자에

길게 누워 자고 있다.

 

나는 그들이 양수역에서 내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들이 국수역에 집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이 어디를 가기 위해

이 열차를 탄 것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들을 찍을 수는 없었다.

그래선 안 되는 것이었으므로.

 

 

 

대신 터널을 지날 때 이렇게 놀았다^^*~

다음엔 좀 더 잘 찍어 볼 생각이다.

이런 기회, 흔치 않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재미 때문에라도

나는 이 국철을 자주 탈 것 같다......

 

 

먼저 두물머리를 갔다가 나오면서

부실하게 먹은 아침탓에 밥생각이 났다.

두물머리에서 나오면 왼편으로 김밥집이 있다.

금요일에는 '개인사정'으로 문을 닫았다.

다행이었다.

덕분에 조금 더 걸어들어가

다시 왼편 골목에 있는

<우정식당>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식당 앞의 화분들이

이상하게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식당이라기보다는

예전의 이발소 느낌이 더 강한,

그러나 나에게는 참 편하게 다가오는

밥집이었다.

 

<우정식당>

50대 후반 혹은 60대 초반쯤 되는

주인 아저씨는 야채를 다듬고 있었고

그보다는 젊어보이시는 아주머니께서는

음식 찬 거리로 조금 분주하셨다.

네 개 쯤 되는 테이블 가운데

제일 구석진 테이블에서는

한 손님이 맨발로 김치안주에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들어서는 내가 썩 반갑지는 않은 눈치였다.

뭐, 내가 눈웃음칠 일도 없는 일이고,

하여 나도 가볍게 인사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외면해 주었다.

세미원 가는 길만 아니었으면

한 마디 말쯤 틀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낯선 곳에서의 그런 순간,

더러 예기치 않은 즐거움을 주기도 하니 말이다^^*~

 

김치찌개가 주문했더니

"늦게 오셨네요"

주인아주머니가 반찬을 내오며 아는체를 하신다.

보아하니 두물머리 들고나며

적잖은 사진하는 이들이 여기,

오가는 눈치다.

주루룩 사정 얘기하고,

뭐 또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 말 섞는 것

어려워 할 세월은 겪은지라....음....

하여간 그러고

기다리는데 바로 앞 벽에 이게 보였다.

그냥 낙서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허름한 식당 벽에 걸린 글 모양새치고는

허수룩하지 않고 하여 읽었다.

글 내용이 만나고 헤어지는 두물머리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고나 할까.

 

 

이건 뭐 해석의 여지가 없다.

그냥 보이는 대로 읽고 이해하면 될 일.

양수, 두물머리.

두 물이 만나는 곳이라 했던가.

만남이 언제나 만남으로만 끝나던가.

참, 모를 일.

저 글의 주인은 또 어디서 어떻게

만남과 헤어짐을 저리 쓰고 있을려나.

 

시장이 반찬이라고는 했지만

<우정식당>의 김치찌개,

맛있었다.

두 그릇을 찌개 바닥까지 싹~ 비웠다.

겨우내 묵힌 무우 짱아치도.

다음부턴 아침이건 점심이건

다시 그집이다.

 

나와서 세미원에 들었다.

세미원을 돌기 전

화장실에서

할 일도 없었나 보다.

이랬다^^;;

 

혼자 다니니

느느니 오지랖이요

없어지는 것 체면인가.

 

 

 

그냥 저러고 노는 시간이

나를 살리는 시간이겠거니 한다.

 

그리고 세미원에서의 몇 시간을 보내고 나오다

나는 또 한 사람을 만났다.

 

함께 세미원을 나와

식당 앞에서 연꽃 사진을 같이 찍고

서로의 시간을 이야기 하며

나는 아이스크림을

그는 음료를 마셨다.

 

열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사진이야기며

몇가지 주변의 이야기를 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으나

내용은 조용하지 않았고

자세는 겸손했으나

그의 말에 담긴 어떤 것에 대한 내공의 흔적은

겸손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 주었다.

열차를 타고오며

적잖은 이야기를 했다.

내려서 막걸리 한잔 했어야 했다^^*~

그러나 어디 시간이 그때만인가.

나는 명함을 받았고

저녁에 그의 블로그에 들렀다.

 

말보다 많은 이야기를

그의 사진들이 말해 주고 있었다.

방명록을 남기고 또 언젠가 그리 만나는 시간들을 약속한다.

나도

그도

시간도 아니라

 

양수, 두물머리 거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