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on everything

제주-2007 by Bruno Barbey

그림자세상 2009. 7. 1. 00:11

작년 매그넘전에 갔을 때 인상적이었던 사진.

사진 관련된 내용들 한곳에 모으려고

그때 사진전 보고 돌아와 다른 곳에 올렸던 글,

땡겨 왔습니다.

이런 순간이 오기도 힘들겠지만

더욱 놀라운 건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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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은 실제 사진으로 보면 색채의 대칭과 대비가 훨씬 뚜렷하게 보이는 사진이랍니다.

사진 전면 왼편의 광고판에 보이는, 아이들이 타고있는 해저 유람선 선체의 빨강과 들어오는 유람선 선체의 빨강,

그리고 등대의 주홍색이 동일한 색감으로 배치된 반면,

사진 오른편, 포즈를 취하고 선 여성의 검은 색 옷과 흰 숫자, 그 뒤 남성의 흑백 의상이 뚜렷하게 대비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구도는 들어오는 유람선을 중심으로 

해저 유람선 창으로 밖을 바라보는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아이를 감싸듯 볼록한 배를 감싸안고 있는 여성의 밝은 미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 프레임 안에서 이처럼 강렬하게 색채의 대비를 배치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지만

그것도 연출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한 순간의 포착이라는 점이 놀랍습니다. 

 

더욱이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 프레임 안에는 우리 인간의 일생이, 세대의 흐름이 고스란이 담겨 있습니다.

여성의 뱃속의 태아와 광고판의 어린이들, 여성과 그 뒤의 중년의 남성, 이런 순서로 말입니다.

다시 말해 이 사진은 찰나의 순간에 포착한 우리 삶의 여정의 축소판처럼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담겨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삶에 대한 메타포는 등대와 배를 통해 극대화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은 밝은 느낌을 줍니다. 

강렬하게 각인되는 붉은 색채--사진으로 보면 그 밝은 빛은 다소 형광빛에 가까울 정도로 밝습니다--와

해저 유람선의 신비로운 푸른 빛 창틀도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하게 하는 밝은 느낌을 더해 줍니다.

여성의 환한 미소 또한 마찬가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밝은 느낌과 안정감을 더욱 강조해 는 것은 들어오는 유람선과 등대입니다.  

우리 삶은 흔히 항해에 비유하지요.

여성의 뱃속 아기가 앞으로 경험하게 될, 해저 유람선 안의 아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그 인생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가능한 유람선이

먼 바다를 향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들어오고 있다는 점은 안전한 귀향이라는 안정감을 줍니다.  

더불어 이런 이미지를 배가시키는 것은 등대의 밝은 붉은 색입니다.

인생 길을 비추는 비유로 읽을 수 있는 오브제가 등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등대 또한 불안이나 절망보다는 희망을 전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생이 언제나 밝은 빛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겠지요.

그 불확실한 면은 뒷 모습을 보이고 있는 남성을 통해 암시되는 것 같습니다.

그의 시선은 사진 속 오브제 가운데 그 어느 곳으로도 향해있지 않습니다.

바로 앞 바다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시선의 불확실함, 등진 자세는 우리 인생의 알 수 없는 상황, 길,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를 통해 암시되는 불확실함과 모호함은 여성의 미소와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사진을 통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사실 해저 유람선 속의 아이는 엄마 뱃속의 태아와 동일한 메타포로 각인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많은 이들이 이 사진을 보며 미소를 띤다면 그것은 이 사진이 주는 이런 느낌을 공유하는 까닭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진에서 다소 불확실하고 모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잃을 수 없는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우리 인생의 한 순간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찰나의 순간에 카메라에 잡히다니 놀랍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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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보니 그 사진을 보던 때의 감정에 들떠 있던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군요.

하지만 뭐 이거 다 쓸 데 없는 이야기.

그저 내 마음 가는대로 느끼고 즐기면 최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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