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works

케이트 쇼팽, 페미니스트 소설의 선구자,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

그림자세상 2019. 3. 11. 14:00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책으로 나온 케이트 쇼팽의 [셀레스틴의 이혼]을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다시 읽었다. 아쉬운 부분이 눈에 보이면, 오자라도 보이면, 혹 잘못된 부분이라도, 틀린 부분이라도 보이면 어쩔까, 하는 조바심도 한 켠에 안고 번역하고 교정하고 수정하고 하면서 세미나 할 때부터 합치면 수도 없이 보았던 작품을 다시 보았다. 온전히 독자의 입장으로는 안 되겠으나 책을 처음 손에 든 독자의 입장을 견지하려 애쓰면서.

재미있었다!

세미나를 하면서, 초벌 번역을 하고 다시 수정하고, 또 읽고, 하는 과정과 번역을 하고 다시 수정하고 다시 보고 또 교정하고 그런 몇 번의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을 감상하기 보다 번역하는 데 초점을 두느라 내 자신도 모르게 놓치도 있었던 작품 자체의 재미를 책으로 인쇄되어 나온 작품을 읽고서 온전히 느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일 정도로 작품 하나하나가 읽혔다.

따뜻함과 애틋함이 컸다. 늪지를 건넌 라 폴이 마치 첫 세상의 그것처럼 솟는 태양을 바라볼 때(“바이우 너머”), 귀향한 아들을 보(았다고 생각하)고 평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장 바 노인을 감싸주는 황혼의 노을이 비출 때(“알시비아드의 귀향”) 그림처럼 생생했다.

데지레의 비극(“데지레의 아기”)도, 그토록 되찾고자 염원하던 과거의 꿈과 추억을 이젠 잊어야만 하는 펠라지의 주름진 마음(“마담 펠라지”)도, 이룰 수 없는 두두스의 사랑(“아보옐 방문”)도, 전쟁의 상흔을 가득 안고 흔들리는 정신으로도 결국 집을 찾아 아들을 살린 귀향한 베르트랑 델망데의 모습(“게스보스에서 온 마법사”)에서도, 자신의 사랑보다 더 진정한 사랑을 지닌 사내와 그 사람을 사랑하는 자신의 연인을 위해 기꺼이 떠나가는 플라시드(“쓸모없는 크리올 사내”)의 뒷모습에서도 그전에 읽을 때와는 또 다른 짙고 깊은 감정을 느꼈다.

바로다 부인의 흔들리는 마음과 마침내 내린 결정(“정숙한 부인”)은 여전히 궁금하고, “다 가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나탈리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할 미련(“키스”), 그에 비해 확고한 딜라일 부인의 자기 결정(“바이우 세인트존의 여인”), 로카의 갈등하는 애틋한 마음(“로카”)이 환하게 그려진다.

아픈 랄리를 안고 달리는 아즈너의 고동치는 가슴(“봉듀의 사랑”), 폭풍우 속 칼릭스타와 알세의 격렬한 정사(“폭풍우”), 에드몽과 옥타비의 뜨거운 재회(“로카”), 그리고 팩스턴 판사의 홀로 꾸는 꿈(“마담 셀레스틴의 이혼”)은 때로 열정적이고 때로 안타깝고 때로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소머스 부인과 맬러드 부인.
소머스 부인이 탄 전차가 멈추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다면(“실크 스타킹”),
맬러드 부인이 그 방에서 내려올 때 혹 다른 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면(“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 두 여성의 삶은 어떤 모습으로 그녀들에게 다가올까.

번역을 하면서 읽을 때와 분명 다른 경험으로 전체 작품을 읽었다. 내가 다른 작품을 책으로 읽듯이. 읽고 난 뒤 다른 이에게 권할 수 있을까, 아닐까 하는 질문에 대해 망설임없이 전자를 택할 수 있다.

번역자로서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독자로서 많은 분들에게 자신있게 권해드린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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