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스틴 부인의 이혼
케이트 쇼팽 지음|여국현 옮김|세계문학전집 2|146×210×15 mm|256쪽|14,000원
ISBN 979-11-308-1412-4 03840 | 2019.3.5
■ 도서 소개
미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작가 케이트 쇼팽의 단편집
케이트 쇼팽의 단편집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이 푸른사상의 <세계문학전집 2>로 출간되었다. 그동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작품들을 통해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미국 문학을 대표했던 작가 쇼팽과 그의 소설 세계를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 목차
바이우 너머
마담 펠라지
데지레의 아기
정숙한 여인
키스
실크 스타킹
로켓
쓸모없는 크리올 사내
알시비아드의 귀향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
봉듀의 사랑
로카
아보옐 방문
게티스버그에서 온 마법사
아카디안 무도회
폭풍우
바이우 세인트존의 여인
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
■ 작품 해설
■ 작가 연보
■ 역자 후기
■ 저자 소개
케이트 쇼팽 Kate Chopin
현대 페미니스트 문학운동을 촉발시킨 최초의 페미니스트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1850년 2월 8일 세인트루이스에서 출생했다. 본명은 캐서린 오플레허티(Catherine O’Flaherty). 1866년부터 2년 동안 성심기숙학교를 다녔으며, 독일과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1870년 오스카 쇼팽(Oscar Chopin)과 결혼한 후 독일,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일기를 기록했다. 남편의 사업을 도와 결혼생활에 전념하다가 1882년 남편이 사망한 후 남편의 사업을 직접 운영했다. 1885년 어머니까지 사망하자 주치의인 콜벤 헤이어 박사(Dr. Kolbenheyer)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888년부터 출판을 위한 본격적인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모파상(Guy de Maupassant)의 단편소설에 깊은 인상을 받아 직접 그의 소설을 번역했다. 1889년 시 「만약 그렇다면」과 처음으로 인쇄된 작품인「논점!」을 발표했다. 서부작가협회에 가입하여 활동하면서『각성』(1899),『실수』(1890),『바이우 사람들』(1894)과『아카디아에서 하룻밤』(1897) 등을 출간했다.
일기문을 포함한 다양한 번역과 기고문들을 루이지애나에서 발행되는 잡지에 기고하다가 1904년 뇌출혈로 자택에서 사망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캘버리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 옮긴이 소개
여국현
중앙대 영문학 박사. 시인. 번역서(공역)로 『하이퍼텍스트 2.0』 『케이트 쇼팽 단편집』 『크리스마스 캐럴』, 저서(공저)로 『현대미국소설의 이해』 『현대의 서양문화』 등이 있다. 현재 중앙대, 방송대 강사. 번역공방 대표.
■ 출판사 리뷰
케이트 쇼팽은 19세기 미국의 소설가로서 여성 주체의 내면과 남부 사회의 다양한 양상을 다룬 도전적이고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들을 발표했다. 대표작 『각성』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강력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팽배했던 출판 당시에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페미니즘 초기 소설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후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재평가가 이뤄진 이 작가에 대해서 최근 한국의 평단과 독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표제작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은 생활비도 주지 않고 집에도 들어오지 않는 무책임한 남편을 둔 셀레스틴 부인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법률가 팩스턴의 조언을 받으며 남편과 이혼을 하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반대한다. 강력한 가부장적 이념이 지배하던 시대를 살아간 여성의 내면적 갈등을 다룬 이 작품에서 이혼에 대한 그녀의 선택은 단순히 개인의 입장에 따른 판단이라고 할 수 없으며 당시 기혼 여성들의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결정의 과정임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쇼팽의 단편소설들은 여성 주체의 정체성, 관습과 욕망 사이의 갈등, 사랑뿐만 아니라 남부 사회의 인종적·계층적 차별과 전쟁,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과 사회적 양상을 다뤘다. 이 단편집은 페미니스트 작가 또는 지역주의 작가라고만 단정할 수 없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 '작품 해설' 중에서
케이트 쇼팽은 19세기 후반 미국 남부 사회를 살아낸 여성 주체들의 삶과 그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겪어내야 했던 지속적인 내면적 갈등을 남부 방언을 포함한 특유의 문체로 기록함으로써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쇼팽 자신은 여권 운동가나 직접적인 여성 참정권 운동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 속 여성 인물들은 그 당시 여성 주체들의 내밀한 갈등을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대담하게 드러내면서 대농장제에 기반한 미국 남부의 가부장 사회에서 침묵하는 존재로 여겨지던 여성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한 인간이자 사회적 주체로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는 점에서 그 어떤 페미니스트 운동 못지않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쇼팽은 여성 주체를 대단히 진지하게 인식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여성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케이트 쇼팽은 작품 속 개개의 인물들이 처한 사회적, 사적 삶의 현실에 폭넓게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러한 태도와 인식은 쇼팽 자신의 개인적, 사회적 경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녀의 삶은 남북전쟁 이전의 노예제 철폐 운동과 남북전쟁 후 자유와 인권 교육, 그리고 참정권 운동을 포함한 페미니즘의 등장이라는 역사적 흐름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쇼팽은 타자인 여성에게 개별적 정체성과 자아 인식, 즉 그녀가 남긴 기록들이 목소리를 갖게 해준 자아 인식을 부여함으로써 가부장적 체계를 뒤흔든다. 그녀 삶의 ‘공식적’ 모습, 즉 주변의 남성들에 의해 형성된 그녀의 삶은 그 이야기 속의 여성들에 의해 도전받고 전복된다.
그녀가 그려낸 수많은 인물들-크리올, 아카디안, 백인, 물라토 혹은 흑인-은 성격도 외모도 직업도 신분도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그 시대를 살던 ‘아메리칸’이었으며, 그들의 삶은 단순히 미국 남부에 국한된 삶이 아니라 19세기 후반을 관통하는 미국의 삶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쇼팽은 한 지역, 혹은 단순히 여성만이 아니라 인간성 일반의 삶을 그려볼 수 있게 해주었다.
쇼팽의 작품은 위대한 소설의 경지에 이르렀다. 쇼팽의 작품 속에서 진실한 주제는 인종적 관습적 기준이 드리운 관점을 제거하더라도 남는, 모호하고 복잡하면서도 진실한 의미를 지닌 인간 존재에 대한 것이다. 이번에 번역된 작품들과 이어 나올 번역 작품들을 통해 케이트 쇼팽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평가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 소설 속으로
스타킹을 산 뒤 소머스 부인은 할인 판매대 쪽으로 가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숙녀 휴게실이 있는 위층으로 향했다. 그곳 후미진 곳에서 그녀는 면 스타킹을 벗고 조금 전 산 실크 스타킹으로 갈아 신었다. 그녀는 지금 이런 자신에 대하여 대단히 예민하게 굴거나 스스로를 납득시킬 마음도 없었고,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그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잠시 힘들고 피곤한 일을 잊고 휴식하면서 책임감에서 벗어나도록 자신을 이끄는 무의식적인 충동에 스스로를 맡기려는 듯했다.
(「실크 스타킹」, 58쪽)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서서 오프딘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손에 들린 권총을 잠시 쳐다보더니 천천히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챙 넓은 펠트 모자를 벗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냈다. 오프딘이 했던 말들이 그의 가슴속에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며 메아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들은 오프딘에게 그만큼 더 증오심을 키우기도 했다. “여인을 사랑한다는 건 먼저 그녀의 행복을 생각해주는 거라고” 그가 그 말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뭐 건방지게 크리올 사내는 여인을 사랑하는 법을 안다고 생각했다고? 제깟 놈이 크리올 사내에게 여인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생각이라도 한 모양이지”
(「쓸모없는 크리올 사내」, 109쪽)
아주 오래전 멘틴이 매력적인 아이였던 그때부터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의 결혼식 날, 그는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그녀에 대한 모든 생각을 떨쳐 버리려 애를 썼고, 그랬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그녀를 사랑했다. 더 이상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그녀를 사랑했다. 꽃처럼 피어나던 그녀의 우아한 자태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그녀가 몰락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그녀는 여전히 다른 누구도 아닌 멘틴이기 때문에,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어머니가 고통받는 자식을 사랑하듯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놈을 밀어내고 멘틴과 그녀의 아이들을 데려와서 삶이 계속되는 한 그들을 지키고 보살피며 살아가고 싶었다.
(「아보옐 방문」, 169~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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