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on everything

아버지

그림자세상 2016. 12. 18. 14:10

 

대학로, 2112번 버스정거장 뒤에 서 있는 조각상.

버스를 기다리던 때면 늘 보던 조각상을 오늘 자세히 본다.

입과 대나무. 제목을 봤다. "아버지"

 

아버지.

 

'대나무' 기둥처럼 곧게 버티고 서서 가족의 '입'을 책임지는 가장이라는 뜻인가. 그래. 이수민 작가의 마음이야 들을 길 없지만 그리 생각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대나무 같은 존재, 아버지.

 

부러지지 않고 버티고 서서 식구들을 위해 세월을 견뎌가며 한 마디 한 마디 더 강해지는 존재. 아리고 슬픈 가슴 속 혼자 이야기 어찌 없겠는가.

 

바람불면 대숲 웅웅 울리듯 그렇게 쏟아내고 더러 제 몸 비비며 속울음 삼키듯 혼자 흔들기도 하며 그 세월 견디다 이윽고 피리가 되거나 연이 되어 소리내거나 마침내 훨훨 날아가기도 하겠다.

 

봄 밤 아스라한 꽃 기운 멀리서 손짓하고

머뭇거리는 겨울 그림자 같은 바람

싹 트는 나뭇가지에 미련 떨구는 버스정거장에서

어둠 속 내내 지키고 섰을,

날 밝아 있는 듯 없는 듯 해도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을

조각상 하나에

마음 손 쓰다듬으며 하늘을 본다

보이지 않는 별들이,

수많은 이 땅의 대나무 같은 아버지들이

연이 되고 피리가 되어 올라가 빛나는 별들이

먼먼 어둔 하늘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