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on everything

방식 카페에서.....

그림자세상 2014. 5. 4. 10:15

 

어제, 연설문 강독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늘 가는 곳, 방식에 앉았다. 얼 그레이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데 이층에서 까르르 소리가 요란하다. 늘 조용하게 비어있는 창 바로 앞 자리에 여학생들이 여섯 앉아 책을 펴고 스터디 중이다. 안쪽 깊숙한 소파에는 당치 큰 젊은 사내가 손전화에 폭 빠져 있다. 가운데 긴 자리에 앉았다. 밀린 채점을 하고 다이어리를 쓰고 무거운 마음으로 뉴스를 훓고 책을 읽는다. 중간을 가로지르는 화분 사이로 맞은편 여학생들의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강의 시간 발표를 준비하는 모임인 모양이다.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에서 헤매고 있었다. 어지럽게 이야기는 하고 있는데 서로 어두운 골목을 헤매는 모양새가 훤했다. 중간중간 잔짝이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그 이야기를 하는 학생조차 그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 주체와 대상, 의식과 세계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데카르트의 이성 중심의 이원론과 스피노자의 차이 사이에서 헤매더니 그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칸트 까지 넘어가 방황하고 있었다. 


조금 더 들어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결론을 낼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계속 헤매고 있었다. 한참 그러더니 이제는 소쉬르의 구조주의가 외부세계에서 구조적 법칙을 찾는 것과 칸트의 차이를 두고 설왕설래한다. 


가만히 이야기를 건넸다. 


"저기, 내가 한 마디 거들어도 될까요?" 


일제히 고개를 돌리더니 잠깐 후 "예...." 한다. 


얼 그레이 차를 들고 창가 그 테이블로 옮겨 간다. 테이블 위에는 이진경 선생의 책이 펼쳐져 있다.


"아까부터 들려서 좀 들었는데, 논의하는 가운데 막혀 있는 데가 있는 것 같아서, 괜찮다면 논의의 도움이 될까 해서...몇 마디 해도 될까요?" 


처음 대답과는 달리 눈이 반짝이며 반기는 기색이다.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칸트와 흄의 경험론에 대해 인간 이성과 세계 내 대상으로서의 물질, 그 사이의 관계 맺기에 대한 그들 사이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중간중간 질문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가 움직이기도 하고, 소쉬르의 구조주의에 대한 설명에서는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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