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기쁘다...!!

그림자세상 2012. 1. 3. 22:21

오후,

눈발이 날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커다란 송이눈으로 변해 있었다.

주민등록등본을 떼어야 하기에 들렀던 동사무소.

4시 39분. 다솜이의 부재중 전화.

전화를 했다.

 

"아빠, 어디야?"

"응. 동사무소. 등본때문에."

"언제 와?"

"지금 등본만 나오면 들어가."

"아빠, 나 합격했어."

"그래? 정말!!"

"응, 이대, 우선 선발."

순간 나는 펄쩍 뛰었다.

마음속으로는 큰 소리를 내고 있었으나 입을 막고 펄쩍 뛰었다.

"축하해! 축하해! 잘 됐다! 수고했어!" 

옆에 앉아있던 어르신이 "좋은 일이 있나봅니다." 하신다.

"예, 딸아이가 합격했답니다^^*~"

"아이쿠, 축하합니다. 기쁘시겠어요."

"예! ^^*~"

등본을 건네주던 동사무소 여직원도 이야기를 들었나보다.

"따님이 좋은 대학에 합격하셨나봐요?"

"예^^*~"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등본을 건네받고 나오는 길에 눈발이 점점 더 굵어지고 있었다.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는데 마음이 환했다.

 

수능을 치고 나서 한참 동안 마음이 몹시도 가라앉아 있던 녀석이었다.

약했던 수학에서 첫번째 문제를 맞게 풀고도 그 답을 번호로 마킹하는 실수를 하면서

수리가 1점 차이로 한 등급이 내려간 다솜이는 많이 낙담한 듯 했다.

수리가 유난히 힘들었던 다솜이.

수리가 모의고사처럼만 나오면 목표로 했던 학교들 가운데 한 곳은 어떻게라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시험이 끝나고 저녁에 모두 함께 식사를 하고 난 그날 저녁 이불을 쓰고 울었던 녀석.

자신이 가고자 했던 대학의 수시에서 합격통지를 받지 못하고

정시 학교 선택을 앞두고 또 한 번 낙담하다가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하고 나서야

지나친 비관에서 조금 벗어나 웃기도 했던 녀석.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학과.

 

학과를 고려할 때 염두에 두었던 학과는 아니었다.

안정과 소신 사이에 다른 학교 다른 학과가 있었지만 다솜이는 이곳을 선택했다.

다솜이는 불안했던 소신보다는 안정을, 학과보다는 학교를 먼저 택했다. 

내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다솜이의 선택을 전적으로 따른다.

합격한 이후 다솜이가 할 몫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하고 그 이후는 모두 다솜이를 지지한다. 

내 몫과 역할은 그것이니.

나도 알고 다솜이도 안다.

 

그리고 기다리던 날.

기쁘다.

 

다솜이가 지원 한 곳에 "합격"했다는 사실이 기쁘고,

그 사실에 기뻐하는 다솜이를 보는 것이 기쁘고,

그런 다솜이와 함께 기뻐할 수 있어서 기쁘다. 

 

3년 전 다솜이가 고등학교 시험을 보고 합격 통지를 받던 그 겨울처럼,

나는 마음속으로는 (예상 통계의 결과를 믿는 마음과 다솜이는 당연히 돼,라는 근거없는 믿음으로) 당연히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색도 못하고 기다리다 그 소식을 듣고 기뻐했을,

그러면서 차분하게 아빠에게 전화로 전해주던 다솜이를 보고,

나는 기쁘다.  

 

또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지난 3년 전 그 순간 이후 그랬던 것처럼, 또 그 전의 이후에 그랬던 것처럼, 또 그 전전의 이후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오게 될, 앞으로 다솜이가 경험하게 될 많은 일들은 그러나 3년 전 그 순간 이후 그랬던 것처럼,

또 그 전의 이후에 그랬던 것처럼, 또 그 전전의 이후에 그랬던 것처럼,

다솜이를 키워줄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다솜이는 또 한 순간의 문지방을 넘어선 것이다.

다솜이가 그 문지방에 아프게 걸려 넘어지지 않고 웃으며 넘어설 수 있어서 나는 기쁘다. 

걸려 넘어졌더라도 또한 나는 그 아픔을 탓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솜이도 그 걸려넘어짐의 아픔에 무너져 있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다 나름의 까닭과 의미가 있는 넘어섬이요 걸림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고,

다 나름의 까닭과 의미를 부여할 넘어섬이요 걸림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쁘다.

다솜이가 아프지 않고 웃을 수 있는 것이 기쁘다.

 

이 모든 순간들이 다솜이의 인생의 순간들이고

그 순간에 함께 하는 나는,

오늘 기쁘다...... 

 

다솜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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