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다솜, 기숙사 생활을 마치다(2)

그림자세상 2011. 11. 17. 02:13

그러던 다솜이가 댄스 동아리에 들었다. 또래의 아이들이 대개 그렇듯이 노래를 좋아하는 줄을 알았지만 춤은, 조금 의외였다. 그것도 보는 것이 아니라 추는 것. 어느날부터는 공연이 있다고 연습을 많이 한다는 말도 했다. 3개 외고 연합체육대회에서 공연을 한다고 했다. 그날 공연을 위해서 심한(^^) 다이어트를 한다는 말도 했다.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동두천에서 있었던 체육대회였다.

 

늘 그렇듯 보고싶어 달려갔던 나는 하루종일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공연을 위한 분장을 하고 짧은 복장으로 갈아입은 다솜이가 운동장 한 가운데서 선배들과 함께 춤추는 모습을 봤다. 예뻤다!(고슴도치도 그렇다잖은가^^*~). 다솜이는 열심히 추었고, 공연은 좋았고 호응도 좋았다. 다솜이는 멋지게 자신의 역할을 했다. 공들여 준비한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무브인]의 공연을 한 장 한 장 담으면서 카메라 뷰파인더로 본 다솜이의 춤동작에서는 여전히 조금의 망설임이 느껴졌다. 다솜이의 시선은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기보다는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번의 공연이 끝나고 아이들이 빠르게 운동장을 가로질러 갈 때 나는 보고 느꼈다, 달라진 다솜이를. 다솜이의 동작과 움직임에 느껴지던 망설임은 초등학교 내내 내가 뷰파인더로 보던 그런 망설임이 아니었다. 다솜이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 망설임은 아직 몸이 익숙치 않은 동작이 드러내는 망설임, 아직 춤이 다솜이 몸에 완전히 붙지 않아서 생기는 망설임이었을 뿐 마음의 망설임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음해 2학년, 학교 축제 때 비욘세의 음악에 맞춘 다솜이의 공연에서 나는 완전히 달라진 다솜이를 볼 수 있었다. 그 전에 내가 본 다솜이에게도 이미 가득했을 신명과 열정, 그게 아직 다 피지 않고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내가 그것을 몰랐을 뿐이었다. 다솜이는 그렇게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솜이에게 시간은 아주 촘촘하게 가고 있었다.

 

2학년 때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기숙사에 들어가는 다솜이를 버스로 바래다 주고 같이 기숙사까지 올라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돌아오는 길이면 언제나 버스 안에서 내가 문자를 하곤 했다. 다솜이가 기숙사에 들어간 것을 보고 돌아나오는 길이니 버스를 타면 아빠 버스 탔다고, 또 한주 잘 지내라고 문자를 했다. 그날은 버스를 좀 오래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버스를 타고 가는데 문자가 왔다. "아빠, 차 탔어? 잘 가고 있어? ~~"  나는 차가 늦었다는 이야기 잘 지내라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담은 답문자를 보내고, 언제나처럼 끝에 "사랑해!" 했다. 그러면 다솜이의 답은 언제나, "응ㅋ. 으응~"이거나 "응..나도~ "였다. 그런데 그날 처음으로 문자로 된 답이 날아왔다. "응, 나도 사랑해요~" 순간, 그 느낌! 울컥했다. 그 말, "사랑해요~" 어떨 땐 몹시도 쑥스러움을 타기도 하는 다솜이가 문자로 처음 한 그 말! 버스 안에서 서 있는데 날아오를 것 같았다^^*~

 

2학년 겨울방학 때. 수능을 1년 쯤 앞 둔 어느날도 또렷하게 각인된 날이다. 아마 기말시험을 앞둔 주말이었을 것이다. 그날 나와 다솜이는 처음으로 수능이라는 시험에 대해, 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점심을 먹고 카페네베에서 나는 커피를 다솜이는 라떼를 마시면서였다. 말을 꺼낸 것은 다솜이였다. 다솜이가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나는 이야기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솜이는 선배들을 보면서 수능에 대한 부담도 현실적으로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고, 그런 연유에서 자신이 가고싶은 학교에 대해 처음 이야기도 했다. 기대 없는 부모, 욕심 없는 사람 어디 있겠는가. 스스로도 또 아이도 큰 기대를 갖고 성취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누가 없을까. 하지만 다솜이가 말하기 전에 시험, 학교 말하지 않으리란 생각 늘 있었다. 내 역할은 들어주고 조언하고 함께 생각해주는 것이지 결정하는 역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가장 부담스러워하고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다름아닌 다솜이 자신일 것이었을 터이니.

 

그날 다솜이가 말했다, 자신의 생각을. 학교도 전공도. 나도 처음으로 다솜이에게 말했다. 다솜이도 나도 서로의 생각을 알고 이해했고 공감했다. 그날 커피는 그 어느 때의 커피보다 맛있었다. 기숙사로 들어가려고 일어나기 전 다솜이가 말했다. 기말시험 전인데 밥 먹자고 한다고 공부 안하고 이렇게 밥 먹고 함께 커피 마시는 아빠, 별로 없을 거라고. 내가 말했다. 아빠가 잘못 하는 것인지도 몰라. 어쩌면 아빠나 엄마가 다솜이 더 푸시해서 조금 더 강하게 긴장시키고 공부하게 하는 것이 더 맞는 일일지도 몰라. 그런데 아빠나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다솜이와 이렇게 맺는 관계가, 그 시간이 더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실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내 마음 한켠에 그런 생각 전혀 없지 않다. 혹시 내 생각이나 태도가 다솜이에게 약보다 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 시간에, 지금은 다른 데 낭비할 시간 없이 공부에만 전념할 때라고, 보다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닐까. 오늘은 그냥 기숙사에서 밥 먹고 공부하라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나는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여전히 마찬가지의 선택과 마찬가지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내게 더 중요한 것은 다솜이와의 관계이고, 그 속에서 나머지 생겨나는 것이니. 그 시간들이 모였기에 나와 다솜이가 있는 것이니. 그게 지금부터 꼭 1년전 쯤의 어느날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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