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lace

어린이대공원 오브제(1)

그림자세상 2011. 6. 27. 01:48

얼마전 자정이 넘은 시간에 이곳 앞을 걸어 지난 적이 있다. 입구에 떡 하니 색색의 해치 모양의 형상들이 서 있었다. 그동안 어디건 이렇게 만들어 놓은 형상들에 대한 관심을 크게 갖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막혀있던 입구 옆 작은 연못에서 안팎으로 이어진 나무 통로가 보였다. 어제 오늘 생긴 것은 아닐 터. 결국 그냥 무심하게 지난 감긴 마음 탓. 그 안쪽의 작고 아기자기한 많은 형상들보다는 하늘로 솟은 나무들에만 마음이 간 탓. 언제 눈에 보이는 대로 보기로 했다. 그 언제가 어제였다. 

 

실은 구름 낀 두물머리를 향해 나섰다가 거긴 좀 더 여유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대신 떠오른 곳이었다. 다 빼고 말하자면 즐거웠다. 아무리 훌륭한 예술 작품이라도 결국 사람 손 간 형상 아닐건가. 이런저런 형상들 가운데 어설프고 조야한 모습이 더러 보이지 않는 것 아니었지만 영 엇나지 않은 느낌이 있었고 무엇보다 모든 형상들이 웃음을 주었다. 

 

글을 왜 쓰고 사진을 왜 찍는가. 또 무엇을 만들고 보이는 것은 무엇을 위함인가. 즐겁자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뭇 사람들의 삶을 다 아우르고, 뭇 사람들의 상처를 다 보듬어 주고, 세상을 바꿀 정도로 그 행하는 즐거움이 깊고 넓으면 좋겠으나, 나 같은 소인배로서는  언감생심. 그저 보잘 것 없는 글줄 하나, 초라한 사진 한 장이라도 그 글을 쓰고 사진을 담는 그 순간, 준비하는 그 순간, 나서는 그 순간, 돌아보고 다니는 그 순간, 돌아와 되짚어보는 그 순간, 그리고 그 뒤 틈 날 때 마다 보게 되는 한 순간 한 순간, 나 하나의 즐거움과 유익함에 충족되고 더러 함께 하는 같은 느낌의 사람들과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그만한 가치는 있지 않을까. 고작 그 정도의 내 무엇에 비하면 그동안 내 마음 닫고 내 눈 닫았던 형상들이 내게 준 즐거움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언젠가 한 분이 내게 물었다. 사진을 찍으니 어떤 점이 좋으세요. 내 말. 사진이 왜 좋은지는 보다는 그냥 뭘 담으러 나설 때--구체적으로 생각을 하고 나서거나 혹은 그냥 나서거나 간에-- 설레임이 좋고, 담으러 가는 그 시간이 행복해서 좋고, 담는 순간 뷰 파인더에 담기는 모든 것들의 모습들을 내 눈으로 마음으로 오롯이 담는 것 같아서 좋고, 돌아오는 시간, 그 담은 모습들 보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좋고, 사진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 번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생각하는 일이 즐겁고, 이렇게 화면을 통해 보면서 또 즐겁고,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그 모습들을 보면서 그렇게 좋아했던 그 모든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기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렇다. 무엇이건 기쁜 마음과 눈으로 담겨오는 모든 것들을 담으면서 그렇게 내 마음과 몸에 각인된 시간이 좋다. 이 형상들을 담으면서 나는 웃었고 돌아와 보면서 웃었고, 이제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웃는다. 아마 보고 또 볼 때 마다 나는 이들로 인해 웃게 될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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