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각 두상 둘.
그 목각을 깎은 사람은 눈동자에 어찌 그리도 애잔한 슬픔을 담아 놓았을까.
표정이 없는 듯 담담한 눈동자에 담긴 슬픔은 하늘 가득 덮은 먹장구름 보다 더 짙고 깊게 아프다.
사실 입구 바로 앞 벤취에 한쌍의 남녀가 있었다.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 정도의 연인 같았다. 남자는 청바지에 흰색 반팔 케쥬얼 셔츠를 입고 덮개가 늘어진 브라운 색 가방을 무릎에 얹고 있었다. 긴 생머리의 여자는 줄무늬 투피스 상의에 무릎께 까지 오는 치마를 입고 굽 높은 단화를 신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둘이 옆으로 나란히 앉아 포옹을 하거나 기도를 하고 있는줄 알았다. 지나면서 알았다. 둘은 울고 있었다. 그냥 우는 것이 아니라 서럽게 울고 있었다. 여자도 남자도 함께 그렇게 손을 잡고 울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달래면서 자신도 울고 있었다. 지나면서 잠깐 본 그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었다. 바로 그 앞에 석상들이 있어서 마침 아이들 너댓과 엄마들이 와서 소란을 피우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만 두 남녀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석상을 담던 나도 본의 아니게 그 울음을 들었다. 말도 없이 둘은 그렇게 계속 울고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내가 그 공원 안에서 사진을 다 찍고 나갈 때까지 둘은 그렇게 눈물을 줄줄 흘리면 울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이 그 둘을 그 자리에서 그렇게 하염없이 울도록 만든 것일까.
서로가 지닌 아픔들을 다 감싸기에 우리는 너무 나약하다. 서로의 아픔들을 모두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존재들이다. 누군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한 이들과 함께 우리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 때문일 지 모르겠다. 우리가 느끼는 아픔에 비해, 우리가 느끼는 공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우리 마음의 그 모자람과 나약함이 더욱 아파서. 둘은 내내 그렇게 울고 있었다. 오늘쯤은 그들의 그 울음이 그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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