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on everything

산책....

그림자세상 2009. 12. 6. 12:04

지난 목요일.

늘 가던 그 길, 어쩌면 이번 학기 마지막 산책길이 될 것도 같은

그 길을 잠시 걷다.

한 학기를 지나오는 동안 무성했지만

가을의 화려함을 지니지는 않은 나무들,

그러나 언제나 변함없이 제 마음길에 동행해 주던 나무와 길,

마지막 남은 잎 마저 다 떨구고

떨어진 잎들 고스란히 받아주고 있었다.

바람도 날씨도 제법 쌀쌀했고,

오가는 아침 저녁 안개, 자욱했던 날의 가을산책....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옆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옆 밟는 소리가.

 

 

낙옆 빛갈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옆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옆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옆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옆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옆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옆은 영혼처럼 운다.

낙옆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옆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옆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옆 밟는 소리가. 

  

 

Sonnet of the Wo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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