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on everything

봄...

그림자세상 2014. 3. 29. 15:01

 

 

 

 

환한 봄이다.

 

마음이 무슨 상관인가.

 

세상 다 봄이라는데,

세상 다 살자하는데.

 

꽃들이 어여쁘다.

 

저 어여삐 피어나는 마음을

오롯하게 따라 닮지 못하는 내 봄이 아프긴 하나

아프니까 또 봄 아닌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도 누군가 말하지만

아프니까 살아있는 거 아닌가

살아있으니 아플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살아간다는 일

저 꽃들처럼 환하게 웃기만 할 수 없다는 거

이제쯤 가슴에 실핏줄처럼 새겨져 있지 않던가

가끔 그 실핏줄 터진데도

그쯤 툴툴 털 수 있는 세월 아니던가

 

과천 국립미술관 앞 그 나무

숨쉬는 그 나무가 그립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밤에도

혼자 저 혼자 그 봄기운 못이겨

풉! 풉!

숨길로 화수분 뿜어내듯

봄의 몸기운 차고넘쳐 제 생명 풀풀 날리고 있을

그 나무가 그립다

 

꽃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픔이 깊다

나무 그 곁에 몸 뉘고 해바라기 못하는 설움이 깊다

가는 시간 가는 사람들을 그리는 그리움이 깊다

그래저래 봄 밤이 깊다

 

그래서 또

그러나 또

그렇기 때문에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살아야겠다

 

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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