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봄이다.
마음이 무슨 상관인가.
세상 다 봄이라는데,
세상 다 살자하는데.
꽃들이 어여쁘다.
저 어여삐 피어나는 마음을
오롯하게 따라 닮지 못하는 내 봄이 아프긴 하나
아프니까 또 봄 아닌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도 누군가 말하지만
아프니까 살아있는 거 아닌가
살아있으니 아플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살아간다는 일
저 꽃들처럼 환하게 웃기만 할 수 없다는 거
이제쯤 가슴에 실핏줄처럼 새겨져 있지 않던가
가끔 그 실핏줄 터진데도
그쯤 툴툴 털 수 있는 세월 아니던가
과천 국립미술관 앞 그 나무
숨쉬는 그 나무가 그립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밤에도
혼자 저 혼자 그 봄기운 못이겨
풉! 풉!
숨길로 화수분 뿜어내듯
봄의 몸기운 차고넘쳐 제 생명 풀풀 날리고 있을
그 나무가 그립다
꽃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픔이 깊다
나무 그 곁에 몸 뉘고 해바라기 못하는 설움이 깊다
가는 시간 가는 사람들을 그리는 그리움이 깊다
그래저래 봄 밤이 깊다
그래서 또
그러나 또
그렇기 때문에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살아야겠다
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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