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기조연설만 듣고 그만 보게 될 줄 알았다.
김소연 후보, 김순자 후보, 그리고 박종선 후보의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토론회.
기조연설을 들으면서 김소연 후보를 보고, 김순자 후보를 다시 보았다.
사안별로 넘어갈수록 김소연 후보의 이야기는 더 깊은 울림을 내고,
원고를 보는 시간이 많았지만 김순자 후보의 이야기도 똑바로 듣게 되었다.
김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의 주장은,
그 실현 가능성이나 방안에 대한 구체성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원칙에 있어서만 보자면 어쩌면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답답하고 공허한 소리보다 차라리 더 큰 울림 같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생생한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김소연 후보의
재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의 소리를 내지 못하는 박, 문 두 후보에 대한 질타는 통렬하고,
청소노동자의 입장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짧고 시원한 주장을 전한 김순자 후보의
삶의 현장의 소리를 담은 단순하면서도 차분한 주장에서는 생생한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두 후보가 대톨령 후보로 나온다는 기사를 본 뒤에도 관심을 가진 적은 없다.
토론회가 시작한 바로 그 순간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토론회를 끝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는 생각의 고리에 갇혀 있었다.
물론 두 후보가 대톨령 선거에서 어떤 유의미한 득표를 할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두 후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누가 되었건 이 나라의 대톨령이 될 사람이 저 두 후보가 하는 생각과 주장의 반만큼이라도
진정성 있는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더 많은 김소연, 김순자 후보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음, 다다음, 그리고 다다다음에는.
하여, 언젠가는 우리사회에서도
청소노동자가,
고졸 생산직, 임시직이었다가
스스로의 노력과 투쟁을 통해 정규직을 쟁취한 노동자가
대통령이 되기도 하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1시까지였던 토론은 20분이나 남기고 일찍 끝났다.
열심히 자신의 시간을 토스한 다른 한 후보덕(^^)이기도 했지만,
백분여 토론 시간 내내
계속 웃기도 하고,
귀를 쫑긋하며 두 후보의 이야기를 듣는
예상 밖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연 이틀 대통령 후보 TV토론회를 보았다.
그러니까 밀이다,
많아야 한다.
토론도,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도,
토론에 주어지는 시간도,
충분히 이야기 하고
충분히 들을 수 있게.
이렇게 재미있기도 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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