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on everything

무소속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보고

그림자세상 2012. 12. 6. 01:12

솔직히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기조연설만 듣고 그만 보게 될 줄 알았다.  

김소연 후보김순자 후보, 그리고 박종선 후보의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토론회.

 

기조연설을 들으면서 김소연 후보를 보고, 김순자 후보를 다시 보았다.

사안별로 넘어갈수록 김소연 후보의 이야기는 더 깊은 울림을 내고,

원고를 보는 시간이 많았지만 김순자 후보의 이야기도 똑바로 듣게 되었다.

 

김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의 주장은,

그 실현 가능성이나 방안에 대한 구체성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원칙에 있어서만 보자면 어쩌면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답답하고 공허한 소리보다 차라리 더 큰 울림 같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생생한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김소연 후보의

재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의 소리를 내지 못하는 박, 문 두 후보에 대한 질타는 통렬하고,

청소노동자의 입장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짧고 시원한 주장을 전한 김순자 후보의

삶의 현장의 소리를 담은 단순하면서도 차분한 주장에서는 생생한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두 후보가 대톨령 후보로 나온다는 기사를 본 뒤에도 관심을 가진 적은 없다.

토론회가 시작한 바로 그 순간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토론회를 끝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는 생각의 고리에 갇혀 있었다.

물론 두 후보가 대톨령 선거에서 어떤 유의미한 득표를 할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두 후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누가 되었건 이 나라의 대톨령이 될 사람이 저 두 후보가 하는 생각과 주장의 반만큼이라도

진정성 있는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더 많은 김소연, 김순자 후보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음, 다다음, 그리고 다다다음에는.

 

하여, 언젠가는 우리사회에서도

청소노동자가,

고졸 생산직, 임시직이었다가

스스로의 노력과 투쟁을 통해  정규직을 쟁취한 노동자가

대통령이 되기도 하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1시까지였던 토론은 20분이나 남기고 일찍 끝났다.

열심히 자신의 시간을 토스한 다른 한 후보덕(^^)이기도 했지만,

백분여 토론 시간 내내

계속 웃기도 하고,

귀를 쫑긋하며 두 후보의 이야기를 듣는

예상 밖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연 이틀 대통령 후보 TV토론회를 보았다.

그러니까 밀이다,

많아야 한다.

토론도,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도,

토론에 주어지는 시간도,

충분히 이야기 하고

충분히 들을 수 있게.

이렇게 재미있기도 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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