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on everything

[스크랩] 폭풍의 언덕

그림자세상 2012. 8. 25. 16:31

  감독 - 안드리아 아놀드 (Andrea Arnold)

 

 

  영화의 내용에 견주어 보면 이 포스터는 거짓에 가깝다.

  영화는 철저하게 히스클리프의 눈을 따른다. 객관적이라 할 수 있는 순간에도 그 시선은 히스클리프에게 있다.

  감독은 소설의 구절들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겨내고 싶었던 것 같다.

  구절들만이 아니라 그 느낌을 그대로 옮겨내고자 했던 것 같다. 그 부분에서는 일정하게 성공한 면이 있다.

  소설에 묘사된 황량한 Wuthering Heights의 풍광이 그대로 화면에 보이고,

  열린 창문을 흔들고 창틀을 긁어대는 바람의 손톱이 몇번이고 클로즈업 된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그 황량한 자연의 일부로 뒹굴다가 이윽고 자신들의 엇갈린 길을 간다.  

  금지된 '날것의 사랑'은 부서지거나 도피하거나....

  성인이 되어 돌아온 히스클리프. 그 내면의 강렬함을 담아내기에 제임스 호손은 너무 '말끔하게' 생겼다.

  성인이 된 캐서린을 연기한 카야 스코델라리오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은 것 같았다.

  감독은 소설에 공감한 독자들과 교감하듯 혹은 소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히스클리프와 캐서린 둘 사이의

  감정의 절정에 대한 자신의 격한 공감을 되새기듯 둘이 교감하던 그 순간에 시간을 정지시키고 싶어 하는 듯 했다.

  내용과 맞는 그림으로는 아마 이 포스터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히스클리프 역할을 한 호손의 얼굴을 드러내기에는 누구도 자신이 없었던가 보다.

  우수는 담겨 있으나 '순해도 너무 순하게 생긴' 그의 얼굴에서 히스클리프를 온전히 느끼기는 쉽지 않을 터라....

 

  한 가지는 분명했다.

  소설에서 묘사된 Wuthering Heights의 분위기는 영상을 통해 그대로, 아니 훨씬 더 강렬하게 전해진다.

  소리가 없어도 바람소리는 들려올 듯하고,

  황량한 벌판에서 자유롭던 두 영혼의 그림자를 찾아 벌판을 헤맬 히스클리프와

  바람 속에 실려올 캐서린의 눈빛은 생생하게 그려진다.  

  

  안드리아 아놀드 감독은 Wuthering Heights의 자연과 그 속에서 여전히 바람 속을 헤매고 있을 캐서린과 히스클리프 둘의 마음속 격정을 이야기로 보여주기보다는 그려보고 싶었던 것 같다, 영상과 소리로. 

출처 : 여국현의 영문학강의실
글쓴이 : 여국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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