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사계/spring

0414 - spring

그림자세상 2012. 4. 15. 23:30

14, 15 양일 간 중랑천 둑길 위에서는 벚꽃 축제가 벌어지고,

평소에는 운동하거나 산책하는 사람들만 가득하던 곳에 이런저런 먹거리를 파는 작은 차들이 늘어선다. 

세 마리에 만원하는 즉석구이 통닭차가 제일 많고,

옥수수를 굽는 사람, 우스꽝스럽게 분장한 엿장수까지 등장하고

유난히 벚꽃이 환한 곳에서는 사진기를 들고 즉석사진을 찍어주는 거리 사진사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런 분들에게 화소 높은 손전화와 여기저기 보이는 디지털 카메라는 반갑지 않으리라.

--이날 오후 둑 위에서 나는 그분들에게 사진을 찍는 이들을 보지 못했고

15일날 어두워진 뒤에 둑길을 다시 걷다가 술 취한 남자분이 비틀거리며,

또 연세 지긋하신 한 커플이 팔짱을 끼고 그분들께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았다.--

양옆 산책로 길 가의 벚나무 아래에는 

돗자리를 깔고 환한 벚나무 아래서 즉석 통닭구이에 맥주며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 분들 가운데 솜사탕을 파시는 분이 빠지지 않고 있었다.

이 분 옆에서 제법 오래 있게 되었는데, 꽃이 가장 흐드러진 부근이었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선 자리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는데

그런 점에서는 이 분이 길목을 아주 잘 잡으신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봤을 때는 가득하던 하얗고 분홍비츨 띤 솜사탕을 꽂아두던 용수철이

나중에는 다 비워졌음에도 더이상 솜사탕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그날 이분 준비하신 것은 모두 팔았던 모양이다. 

이 분의 웃는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내심 했었지만

끝까지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묵묵히 솜사탕을 만들고

주문하는 이들에게 팔면서

이따끔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가는 그 많은 사람들을 

바라볼 뿐, 돌아올 때까지 이 분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나 그래도 한번쯤 이 분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은 내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이분에게 흐드러진 벚꽃은 그저 구경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삶의 수단의 또다른 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그러니 어느 한 순간, 혹은 아주 여러번, 혹은 어쩌면 내내

내가 못 본 순간,

이 분도 고개들어 그 앞의 환한 꽃들을 향해 한번쯤 미소짓지 않고 지나지는 않았으리라.

그저 내가 보지 못한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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