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원 안에 조그만 정자가 하나 있다. 군자정. 군자정에서 듣는 바람소리, 바람에 풀 흩날리는 소리, 마음에 안기는 청량제다. 군자정에서 보는 오른쪽 나무 다리 쪽으로의 풍경, 가득하다. 세차게 부는 바람에 서로 다른 나무들이 제각각의 사위로 춤을 춘다. 그 몸짓, 힘차고 현란하다. 내 마음의 요동인 것 처럼 다시 보고 또 보게 된다. 군자정에서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돌아서 내려오려다 보면 떡! 하니 장승 둘이 서 있다. 장승도 암수 제 품성을 못 속이는건지 여장군은 어데 먼데를 보고 있는 듯 한데 이 사내는 흩날리는 나무잎들 사이에 숨어 진즉부터 엿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뭐 크게 잘못한 것도 없고 그저 군자정 시원한 그늘 아래서 바람소리 나무, 또 흔들리는 잎들에 마음 뺏긴 죄밖에 없다. 그런데 떡! 하니 버티고 서서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장승과 턱 하니 마주서면 웬지 한번쯤은 눈길을 피하고 내가 뭐하고 있었지...돌아봐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겠다.
그러나 그런 첫 대면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웃음이 난다. 나뭇가지와 잎들 사이로 고개 빼고 훔쳐보는 듯한 이 장승의 익살맞은 표정과 거기에 이 사내를 이런 표정으로 배치해 둔 사람들의 입가에 떠올랐을 미소가 그려진다. 청춘 열혈남녀라면 아마 이 정자 아래서 입맞춤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도 할 터. 혹 여기를 가서 그럴 요랑이라면 먼저 이 장승의 시선에 익숙해 둘 것. 나오다 깜짝 놀라 계단에서 발 삘 염려도 있으니. 저 사내 장승에 비하면 여 장승은 표정이 어울리지 않게 과장되었어도 시선은 좀 멀리 가 있다. 하지만 뭐, 생각하기 나름. 그 정자 안에서 슬그머니 손이라도 잡고 혹 입맞춤이라도 하고 나오던 청춘남녀들이 라면 자기들의 그 모습 보고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터. 무엇이든 다 제 마음 탓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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