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역에서 내려 강둑을 따라 나무들을 보며
한참을 올라온 뒤라 다시 길로 올라왔을 때는
다시 한참을 뒤돌아 역까지 가야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비가 조금 더 거세졌다.
강둑에서 건너 보이는 맞은편 마을과 산.
육교 위에서 본 강변 나무들과 맞은편 산
마침 관광버스 두 대가 잠시 멈춘다.
학생들 연수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두 기사분이 육교 아래서 잠시 멈춰 담배를 핀다.
서울 가는 길이면 양수리까지 태워다 달라 부탁했다.
버스를 타고 양수리 초입에 내려
[우정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늘 반갑게 맞아주시는 인상좋은 주인 아주머니와
언제나 유머를 한 두 자리 구사하시는 아저씨,
한 테이블은 언제나 동네 어르신 차지.
김치찌개에 밥 두 그릇.
김치찌개에 넉넉한 비계 붙었던 두툼한 돼지고기 대신
호주산인지 미국산인지
얇게 썬 불고기 거리가 들어 앉았다....
그러나 넉넉한 다른 반찬에 시장이 더하고
편안한 마음이 얹혀서 두그릇을 게눈 감추듯.
밖에서 먹는 밥 가운데 근래에 가장 맛있게 먹는 밥은
아마 우정식당에서 먹는 밥이리라.
양수리를 나와 다리를 건너 강바람을 쐬며
한참을 걷다가 다시 버스를 탔다.
다산 정약용 생가 초입에서 내렸다.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이었지만
강물 위로 드리워진 개나리와
아직 한창인 벚꽃의 빛깔은
어스름 속에서도
환했다.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릴까 하다가
아직 어스름이 깊지 않은 듯 하여
도로와 도로 사이 철길로 올랐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막힌 철길은 능내역으로 이어지고
그 철길 옆으로는 개나리 세상이었다.
저 앞에 보이는 곳이 예전의 능내역.
이젠 기차도 사람도 오가지 않는 능내역
막힌 철로에는 썩어가는 침목들이 쌓여 있었고
기찻길은 사람들이 걷는 길이 되어 강변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개나리 세상도 거기까지 였다.
능내역으로 돌아와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팔당역으로 나오는데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금새 다시 이곳.
많이 걸었던
봄비 내리던 하루,
한나절이 그렇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