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on photo

[윤미네 집]의 전윤미 씨 인터뷰(3)

그림자세상 2011. 1. 11. 11:26

2009년 [윤미네 집] 그리고 '마이 와이프My wife'

 

흐르는 시간, 그 일부를 살아가는 사람들. 허락된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각자의 몫이듯, 그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남기는가 역시 각자의 몫이다. 2002년 췌장암 판정을 받은 전몽각 선생이 당신에게 얼마 남지 않았다는 그 생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반 평생을 함께한 사랑하는 아내를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투병 중에도 몇 달 동안 필름을 정리하고, 인화를 하고, 각각의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당신께서 돌아가신 후에도 '마이 와이프My wife'가 사진집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아내를 떠나면서 이 땅에서 선생이 아내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었다.

 

 

"처음 [윤미네 집]이 복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께서 아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생각했어요. 또 어떤 면에서는 [윤미네 집]이 복간되는 것보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완성하고 싶어 하셨던 '마이 와이프My wife'가 빛을 보게 되어 더욱 더 의미가 깊고 기쁩니다. '마이 와이프My wife'는 아버짂[서 암 투병하시는 동안, 몸과 마음이 약해진 상테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하셨던 작업입니다. 친구 여동생인 어머니와 데이트하던 시절부터 할머니가 된 어머니의 모습까지를 모두 엮어서 사진집으로 만들어 어머니께 선물하려고 하셨어요.

 

 

'마이 와이프My wife'에는 전몽각 선생의 아내, 이문강 여사의 오십여 년의 세월이 있다. 갈래 머리의 앳된 여고생의 모습에서부터 손자손녀들과 함께 있는 머리 희끗희끗한 할머니 모습까지 아내의 삶이 오롯이 닮겨 있다. 선생은 그 모습들 앞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 이 생이 아름다웠다"고 회고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지나 온 삶을 되돌아보며 당신 생의 기쁨과 행복이 가족이었다고 고백한다.

 

 

'마이 와이프My wife'가 들어가 있는 [윤미네 집]이 더 가슴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이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과 아내를 향한 남편의 깊은 사랑이 진하게 묻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랑은 낯선 한 가족의 사랑에서 시작해 나의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그 기록이 타인의 기억을 내 것으로 만드는 사진이기에, 긴 세월 한결같은 마음으로 끈기 있게 담은 사진집이기에 가능한 이어짐이다. 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가족을 담은 [윤미네 집]은 윤미 씨의 바람대로 평범한 한 가족의 작은 전기로, 이순간 내곁에 있는 소중한 가족들을 돌아보게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들은 대개 아무나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윤미네 집]의 사진들을 만나면, 전몽각 선생처럼 내 가족을 지금 이 순간 가슴 깊이 사랑하며, 그 사랑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다. 가까이 있기에, 가족이기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매 순간들에 대한 큰 사랑이 필요하고, 그 사랑을 카메라에 담는 끊임없는 열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삶을 향한 자기 사랑이 필요하다.

 

 

[윤미네 집]이 변함없이 사랑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가족을 향한 그 따뜻한 아버지의 사랑과 그 사랑을 사진으로 기록하고자 한 열정, 그리고 사진집 이면에 드러나는 전몽각 선생의 삶을 사랑하는 방식 때문일 것이다. 가까이 있는 것을 더 아끼고, 매 순간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하며, 지나온 삶을 아름답게 추억하는 자기 사랑. 그 사랑이 가슴에 와 닿으면, 내일의 기억을 위해 오늘의 자기와 자기 삶을 기록할 수 있다.

 

 

한 장의 사진, 그 사진 속의 아름다운 순간을 추억하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렌트 너머에 있는 사진가를 생각하게 하는 사진, 그런 사진이야말로, 사람의 가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진일 것이다. 가슴 가까이에서 가슴을 울리고, 그 울림을 행동으로까지 이어갈 수 있게끔 하는 힘을 가진 사진. 그런 힘이 [윤미네 집]에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지나간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 그리고 그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랑할 수 있는 시간도 사라져 간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며, 이 생이 끝날 때 그 사랑의 의미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2009년의 [윤미네 집]은 이야기한다.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매 순간 가슴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이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이다. [윤미네 집]의 사랑이 지금 이 순간, 저마다의 사랑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글_ 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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