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년이 흐른 후, [윤미네 집]은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순간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한 장의 사진은 저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어떤 이에게 [윤미네 집]은 삼 남매의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한 부부의 자식 키우는 사랑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때에는 아이들의 유년 시절에 눈이 가 닿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그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손길에 눈이 닿기도 한다. 저마다 사진에 달리 다가서고, 저마다의 시간 속에서 사진이 달리 다가온다.
"언제나 차고 넘치는 사랑을 주시는 부모님 밑에서 매일 토닥댔지만 우애 깊은 삼 남매가 정말 행복하고 웃음 넘치는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그래서 [윤미네 집]은 언제 보아도 그리운 시간들의 기록이기 때문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제게 소중합니다.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들을 겪을 때, 그 사진들을 보면서 제가 받은 사랑과 행복했던 그 시간들로부토 용기와 힘을 얻곤 했어요."
이십여 년이 흐른 지금 윤미 씨는 두 아이, 열여덟 살 난 아들과 열네 살 난 딸의 엄마이다. 타국에서 보낸 시간이 벌써 이십여 년,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지도 열여덟 해가 지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바라보는 [윤미네 집]은 그 의미가 다르다. 사랑을 받는 자식의 자리가 아닌, 이제 사랑을 주는 부모의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사랑을 주신 부모님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윤미네 집]이 처음 발간되었을 때는 부모님 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아이도 없었고, 외로운 외국에서 그 사진집을 받고서 부모님께 감사하며 많은 힘을 얻었지만 사진을 찍으시고 또 사진집으로 엮으신, 그 절절한 보모님의 마음까지는 깊이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사진 속 어머니와 렌즈 너머에 계셨던 아버지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 사랑 하나하나를 너무도 또렷하게 느낍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큰 기쁨이라고 말씀하셨던 가족의 순간순간을 일기 쓰듯 기록하신 아버지의 그 마음을 이제는 잘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가족을 기록하신 그 열정이 놀랍고 그 사랑에 감사합니다."
가까이에 있는 것들과 사랑하는 것들 그리고 곧 사라질 것들을 오늘 더 아끼며, 먼저 사진에 담고자 했던 전몽각 선생이었다. 선생에게 사진은 잊혀져 갈 삶의 소중한 기억들을 되살리는 기록이었다. 그래서 생전에 당신은 기억이 많아, 추억할 거리가 많아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2006년 5월 선생께서 돌아가신 후 그 빈 자리에는, 당신께서 사랑하셨던 많은 것들이 담긴 사진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제 그 사진들은 살아있는 가족이 당신을 추억할 수 있는 기록이 되었다. 비록 선생의 모습이 담겨 있지 않더라도 당신의 마음이 지나갔던 순간, 머물렀던 자리, 그 소중한 시간들이 오롯이 남아있는 기록들이다. 복간된 [윤미네 집]에 이십여 년 전과 달리 사진 속 아내와 아이들보다 카메라 너머 서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면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이십년 전 [윤미네 집]은 결혼하자마자 낯선 이국에서 생활하던 제게 아버지가 보내시는 응원과 사랑이었어요.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되는 2009년의 [윤미네 집]은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이고 그리움입니다. 무엇보다 렌즈 너머 사랑의 눈길로 우리를 지켜보시던 아버지를 다시 만날 것 같아 마음이 설렙니다. 힘들 때면 언제나 찾아가 하소연하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겼던 아버지께서 이제 곁에 계시지 않지만, 보석같이 여기시며 사랑하셨던 [윤미네 집]을 보면서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남현동 윤미네 집에는 지금, '윤미네 집'으로 불리는 그 시절의 많은 사진들 그리고 그 이후의 가족들을 담은 사진과 필픔들이 가득하다. 그 어느 집보다 가족사진이 많은 '윤미네 집'. 그 한 장 한 장의 사진은 전몽각 선생 부부와 윤미, 윤호, 윤석 남매, 그리고 삼 남매가 결혼해 낳은 아이들의 추억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많은 추억 한가운데에 '마이 와이프My wif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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