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on everything

더글라스 케네디, [빅 픽쳐] 중에서

그림자세상 2010. 7. 28. 23:38

...이제 와서 가장 참기 힘든 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인 양 살아왔다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됐어.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이지."  (49)

 

 

...사진에서는 바로 그런 게 중요하다. 카메라 렌즈를 아주 세련되게 현실의 중개자로 사용하면, 지금껏 본 적 없는 이미지를 얻어낼수 있다. 최고의 사진은 늘 우연을 통해 나온다. 뉴욕 부랑자들을 빠른 셔터 스피드로 찍은 위지의 뛰어난 사진을 생각해 보라. 죽어가는 스페인 공화군 병사를 찍은 유명한 카파의 사진을 생각해 보라. 총알이 등을 관통하고, 양팔을 십자가처럼 벌리고 있는 사진. 그들의 최고 작품은 뛰어난 테크닉과 현장성이 결합되어 나온 것이다. 사진에서는 우연이 전부다. 딱 맞는 순간을 기다리며 몇 시간이라도 보내야 한다. 그러나 결국 기대했던 사진은 얻지 못한다. 그 대신, 기다리는 동안 무심히 셔터를 누른 몇 장의 사진에서 뜻하지 않은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예술의 제1규칙.

  '딱 맞는 순간은 절대로 예술가 스스로 고를 수 없으며, 그저 우연히 다가올 뿐이다. 사진가는 손가락이 제때에 셔터를 누르도록 하느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다.' (103-104)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117)

 

 

"내 말 잘 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 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119)

 

"사진가는 수동적인 관객이 될 수 없다. 사진가는 사건에 사로잡혀 있을 때에만 진정으로 빛날 수 있다....우리에게는 늘 두 가지 선택의 순간이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후회할 가능성 역시 늘 존재한다. 첫 번째 순간은 뷰파인더에서 우리를 노리는 사건이 벌어질 때다. 두 번째 순간은 촬영한 필름을 모두 현상 인화하고 효과가 떨어지는 것들을 버려야 할 때다. 그 두 번째 순간에서 우리는 자신이 어느 지점에서 실패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이미 때늦은 순간이다." (카리트에 브레송, 인용, 132-133)

 

 

...네가 알던 삶은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136)

 

 

...이런 일에 베테랑인 사람으로 감히 한 가지 말씀드릴게요. 자기 자신을 용서하세요.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는 마음을 품는 순간 모든 일이 더 쉬워져요." (201)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끔찍한 순간. 적대감의 베일이 벗겨지는 그 순간에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건 슬픔뿐이었다. (249)

 

...공간을 채우고, 시간을 채울 것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 축적되면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물질적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을 가짜일 뿐이고, 언제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결국 인생의 문은 닫힌다. 언제가는 그 모든 걸 두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 (251)  

 

...비탄은 자신만이 갖고  있는 어두운 방이다. (376)

 

한 장의 이미지로 한 인간이 내포한 고뇌의 깊이를 다 보여줄 때 보도사진은 최고의 힘을 발휘하잖아. (412)

 

'다 이해해....다 이해해....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