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사계/spring

천변 산책

그림자세상 2010. 4. 4. 23:13

다시 한주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어찌어찌 보내던 시간,

해도 다 기울어 가는 느즈막한 오후 무렵

미뤄진 산책 나서다.

볕도 다 들어가 카메라를 들고 가기엔 늦은 듯 했으나

신발 신듯 들고 나섰다.

더러 몸에 마음에 올곧이 담아두는 게 큰 재산임을

불과 며칠 전 제대로 경험한 터이라도

먼지 쌓인 채 주인 마냥 답답해하는 카메라 들고 나섰다.

 

운동기구 위에 거꾸로 누운 이들과

더러 부지런히 더러 한가로이

운동 삼아 이야기 삼아 둑길을 걷는 사람들과 

장기판에 몰려 있는 어르신들 사이사이로

이미 제집 차지한 봄아이는 

어둑해지는 둑길 위 온 사방을

안 다니는 곳 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가을 하늘이 다르고

겨울 하늘이 다르고

여름 하늘이 다르듯

봄의 하늘이 다르다

 

가을 나뭇가지가 다르고

겨울 나뭇가지가 다르고

여름 나뭇가지가 다르릇 

봄의 나뭇가지가 다르다

 

봄의 하늘 위로 뻗어가는

봄의 나뭇가지엔

가여린 가지 마디마디 마다 

속살거리고 재잘거리며 부지런히

제 생명 키워 올리는 소리

 유난히 사랑스럽다. 

하늘에 마음 두고 눈 두는 일이야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그 하늘 가로지르는 나뭇가지

그 모습에 자주 마음 빼앗겨

자꾸 하늘을 올려다 본다

자꾸 하늘을 빗겨가는

나무가지를 올려다 본다

 

나뭇가지,

한여름의 울울하고 당당한 소리에도

깊어가는 가을의 깊디깊은 색색의 고백에도

늦은 가을의 쓸쓸하고 황량한 이별의 인사에도

 잎 다 떨 군 겨울날의 묵묵한 인고의 침묵에도 

다 그 소리대로 내 마음 따라 가더니

겨울의 깊디깊은 속 침묵을 쨍하고 벗으며

가녀린 가지가지마다 생명의 수분 밀어내느라

재잘재잘 소란스러운 저 한 가지 한 가지 마다

마음이 눈길이 허투로 가지 않는다

같이 재잘재잘 미소지며

마음으로 따라 웃는다

  

분주하게 지나면서 노랗게 둑 물들이는 개나리

옆 모습만 스쳐가듯 보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또렷하게

올 봄 첫인사 한다...

 

  

작년 또 재작년,

그리고 그 전에도 또 그 전에도, 또 그 전에도

그리고 아주아주 오래 전에도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이 모습으로 나타났던 벚나무의 꽃들도 거짓없이 다시 오고 있었다.

같으나 다른 시간들은 언제나 이렇게 우리를 찾아왔다가 간다...

   

  

 

모든 처음 모습을 기억하는 일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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