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런 날도 있는게다....
3월도 중순이 지나 끄트머리로 가는 어느 날,
하늘이 가득하게 눈이 내리고,
그 눈 가득한 동산으로 걸음을 옮기며
무슨 욕심으로 그 많은 사진들을 폰카메라에 담아
어찌 하겠다고 예순 장이 넘는 사진을 찍고
무슨 바람이 불어 또 이리저리 눈 속에 우울한
얼굴들도 잔뜩 담으며 시간을 보내고....
그런 날도 있는게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조금 여유 있는 저녁 시간 그 사진들
이리저리 돌리며 다듬기도 해서 어찌해 보겠다고
하나하나 다시 보면
3월의 눈의 가득함을 담은 것을
슬쩍 대견해해 보기도 하고
가운데 몇장 그래도 그 어느 한순간
내 마음인듯 하다고 혼자 헤프지 않은 웃음 깜빡 날리며
저장해두고 마음 뿌듯해 하다가
폰의 이동디스크에서 내장 메모리로 옮기면
이동디스크의 사진은 지워도 되는 줄 알고
평소 없는 부지런으로 그 사진들 한장 한장 선택해 삭제했더니
이동디스크의 사진도 내장 메모리의 사진도 한꺼번에 사라져
짧지 않은 시간의 바투잡던 마음의 노고가 휙 사라져 버리는,
그 사라진 사진 속에 마음에 담아두었던 몇 모습과
혼자 슬쩍 웃음 띤 얼굴로 좋아하던 사진 전부 다 들어있었음을
확인하는 그런 날도 있는게다.....
그러고도 참 마음 이상하게 그 사진들 사라진 것에
예전처럼 아쉽지도, 마음 까탈스럽게 혼자 투덜거리지도
어쩌면 처음부터 예견된 것인것 마냥
그래, 그런 것이었나보다,
마음에 눈에 그날 우산받쳐들고 눈 맞으며
좋아라 한참 그 동산을 헤매던 그 시간 고스란히
더 올곧이 마음에 눈에 몸에 담으라
그래, 그런 것이었나보다,
그렇게 마음 가는 그런 날도 있는게다.
떠난 어떤 것이라
세상에 하찮은 일 있으랴
세상에 아쉽지 않은 일 있으랴
세상에 안타깝지 않은 일 있으랴
다시 오지 못해
다시 볼 수 없어
마음 내내 쓰라린 세상 모든 것 어디 없으랴
그러니
이런 날도 있는게다.
가만히 앉아 횡재한 노래노래노래 듣는다.
휙 날아가버린 사진들과 그 시간들을 주워담으려 애쓰지 않는다.
이런 날도 있는게니까....
또다른 부지런 떤 덕에 도망가지 않은 사진들 몇장으로
3월의 눈, 잡아 놓는다.
이런 날도 있는 게다,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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