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이나 일찍 온 학교.
로렌스의 단편을 읽다가 눈 감고 해바라기 했다.
같은 자리, 다른 시간.
같이, 더러 홀로 까치 소리 나뭇가지 사이에 낭낭하고 하나 혹은 둘 앉았던 학생들의 소리도 나직했다. 봄바람에 실린 그들의 웃음소리가 맑고 고웁다. 내 앞의 시간을 보다가 그들과 같았던 내 시간을 잠깐 돌아본다. 까마득하다.
폭풍 속에 있으면서도 놀랍도록 평온하기도 했던, 규칙적인 하루하루가 평온하게 흘러가 언젠가 다른 물가에, 어딘가 그림은 그려지나 확신은 내 마음속에만 있던 다른 물가에 나를 데려다주리라 그리 생각하며 지나왔던 젊음의 한 시간. 그때 그 강둑 플라타너스에서도 가끔 까치가 울었다.
많은 것이 변했다. 여전히 많은 것이 그대로이기도 하지만.
변한 것은 보이는데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뒤돌아 보게 된다. 시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듯 제 길 간다. 슬픔도 기쁨도 아픔도 행복도 시간의 몫이 아니다.
가만 눈 감고 앉았다.
무심한 햇살이 고맙고 좋았다.
평온한 슬픔이 그 사이에서 하늘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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