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토마스 만

그림자세상 2016. 12. 18. 14:31

 

"평화로운 시간이 규칙적으로 흘러갔다."

 

"인생은 우리가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은지 말하기 이전에 이미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요하네스는 인생을 사랑했다. 아마 인생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행복을 포기한 그가 자신에게 허용된 즐거움을 얼마나 내밀하고 세심하게 누릴 줄 아는 사람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사실 봄철에 도시 앞 들판을 거닐고, 꽃향기를 맡고,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것, 이 모든 것이 감사한 일이 아닌가?"("키 작은 프리데만 씨", 12)

 

"요하네스는 모든 것에 즐길 만한 가치가 있고, 그래서 행복한 체험과 불행한 체험을 구분하는 것이 어리석은 짓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모든 느낌과 기분을 정말 기꺼이 받아들였고, 그게 우울하건 명랑하건 가리지 않고 서중하게 키워나갔다. 채워지지 못한 그리움까지. 그는 그리움 자체를 사랑했는데, 그 이유를 속으로 이렇게 되뇌었다. 제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실현되는 순간 끝나버리고 말아. 고요한 봄날 저녁의 감미로우면서도 슬픈, 그러면서도 무언가 막연한 듯한 그리움과 소망이, 사실 여름이 가져다줄 그 어떤 성취보다 즐겁지 않을까?" (13)

 

"아, 평온! 그것은 그가 원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텅 비고 공허한 무의 평온이 아니라 선하고 고요한 상념들로 충만한, 부드럽고 이성적인 평화였다.

이 순간 그는 생에 대한 사무치는 사랑과 잃어버린 행복에 대한 깊은 그리움으로 몸서리쳤다." (33)

 

"파올로는 죽었다. 결혼식 다음날 아침에 죽었다. 신혼 초야나 다름없었다. 그건 예정된 일이었다. 그가 그토록 오래 죽음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의지, 죽 행복에의 의지 때문이 아니었던가? 행복에의 의지가 충족되자 그는 투쟁이나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그냥 죽을 수밖에 없었다. 더는 살아야 할 구실이 없었던 것이다."(행복에의 의지, 65)

 

"이것이 사랑임을 경험으로 알아차렸다. 이 사랑이 자신에게 분명 많은 고통과 번민, 굴욕을 안겨줄 것이고, 마음의 평화를 깨트릴 것이고, 가슴을 선율로 가득 채울 것이고, 또 어떤 일을 원만하게 돌아보며 거기서 차분하게 전체를 도출해 낼 평정심을 잃게 할 거라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음에도 그는 사랑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 사랑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겼으며 온 마음으로 그 사랑을 키워 나갔다. 이유는 분명했다. 사랑이 사람을 풍요롭고 생기 넘치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차분하게 전체를 도출해 내는 것보다 풍요롭고 생기 넘치는 상태를 더 갈망했다."(토니오 크뢰거,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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