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lace

성내동 강풀 그림벽화 마을(1)

그림자세상 2015. 5. 10. 11:51

토요일, 영미시 특강을 마치고, 

광장시장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시래기국에 비빔밥 비벼 먹고

예전에 사진 찍었던 과일가게 할머님 찾아가 바나나 하나 얻어 먹고

청계천 걷다가 예전에 살던 성내동 근처를 가게 되었다. 

만화가 강풀이 산다는 동네.


지하철 5호선 강동역 4번 출구를 나서면 쉽게 갈 수 있는 곳,

  천천히 돌면서 벽 따라 가득한 

정겨운 그림들 보고 왔다.


두서없이 올려본다.



마음에도 눈에도 가장 환하게 담겨왔던 그림 가운데 하나.

나는 강풀 화가의 만화를 이야기를 따라 가며 본 적이 없어서

유감스럽게도 이 장면이 어느 그림의 장면인지를 모른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 지식 없어도

저 두 사람의 마음에 가득한

꽃무지개는 보인다.


만만치 않을 삶의 비루함이

얼굴에 자잘한 세월의 흔적이

날렵함이 사라진 몸의 엉거주춤한 자세가

그 꽃무지개 막을 수 없다는 것 쯤은 조용히 느낄 수 있다.



그래, 그러고 보면 말이야, 

우린 모두 어딘가에 있는 그 작은 별 하나 그리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

아니, 바로 앞 뒤 혹은 옆에 있는 그 작은 별, 

아주 오래 오래 모르고 스치고 지나는 시간인지도 몰라,

우리 삶이란 때로 말이야.

그래서 가끔

뒤돌아보아야 해.


그 작은 별 빛,

멀리 멀리 사라지기 전에 말이야...



나와 같은 동선으로 세 명의 여학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연신 사진을 찍으며 앞서 갔다.

소리지르며 앉았다 뛰었다

브이자를 하고 얼굴을 맞대고

골목의 그림들을 배경으로 서로 셀카를 찍고 확인하고

주말을 일렇게 보낸다고,

그런데 즐겁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는 가끔 웃어주었고

나는 가끔 혼자 말했고

나는 가끔 환한 햇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줍게 입 가리고 웃는 저 할머니 소녀,

"예쁘세요" 

말해준다.

들으실까?

듣지는 못하셔도 아실거다,

마음이 어디 가는가. 


세상을 사는 힘은 어디서 올까.

그래, 그게 어디 다른 데서 오는가,

내 마음속, 깊은 데서 굽히지 않고 견디는 그 살아감의 경건함에서 오는 것이지.

그렇게만 말할 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열심히 살게 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있다면

또한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세상 사는 힘,

주고 얻는 사람 있다는 거...



한참을 봤다.

균열 속으로 나비가 더듬이와 머리를 쑥 들이밀고

무언가 찾는 것 같은, 느낌.

동심원의 우주 속으로

한 마리 나비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들어간다.


저 어디쯤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

우리의 모든 순간이....




골목길을 나와 성내시장을 지난 

예전에 살던 아파트 놀이터를 찾았다.

아이들과 야구를 하고 인라인을 타고 미끄럼틀을 타던 곳.

모래였던 놀이터바닥은 우레탄으로 바뀌어 있고

젊은 부부가 아기를 안고 벤취에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아파트옆 놀이터에서 야구를 하고

한 청년은 이어폰을 끼고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연신 무언가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 한 모습이 각각 십 수년 전 내 모습이기도 했다.

시간은 흐른 듯 멈추고 멈춘 듯 흘러갔다. 



지도를 보며 찾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골목 가는대로 천천히 걸으며 다닌 뒤 보니

여기저기 지나친 곳이 있는 것 같다.

남겨두고 온 길이 아쉬운가,

아니다.

그런대로 또 한 순간,

다음 또 한 순간....



그림에 대한 설명들이 찬찬히 되어 있어

가던 걸음 멈추고 곰곰히 보게 된다.

물론, 뭐 그렇다고 다 보게 되지는 않지만^^

그림이 다 말해주지는 않지만

다 못 들어도 그림 보며 내가 듣는 소리, 

그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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