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lace

두물머리 - 2012, 겨울(2)

그림자세상 2012. 12. 12. 22:22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언제나 저 나무가 마지막이었는데

나무를 지나 더 올라갈 수 있게 된 덕에

이런 광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있기 까지의 진통은 대단한 것이었던 것 같다.

소위 4대강 개발사업의 마지막 장소였던 이곳에 대한 난개발을 막고

생태학습장을 조성하도록 합의를 이끌어 낸 몇몇 주민들과 이용훈 주교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 것이 지난 8월.

900여 일에 이른 이들의 지난한 노력에 대해 정부도 이곳에서 난개발을 고집하지 않고

"영국의 라이톤 정원, 호주의 세레스 환경공원과 같은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두물머리가 지금처럼 이렇게 변화한 것은 이런 분들의 그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이곳을 그저 내 편한 공간으로만 생각하고 다녀왔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찾아가 마음을 벗어 놓고 오는 고마운 공간으로 여기면서도

정작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일은 모르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

그리하여 생긴 이런 몇몇 변화들로인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더 많아 질 수도 있을 터이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는 것이 자연에게도 사람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치는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고개를 상류쪽으로 돌리면

두물머리를 알리는 입석이 보이고,

 

 

나루터를 알리는 비석도 바로 이웃해 서 있다.

 

 

나루터를 알리는 비석에서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새로 옮겨 심은 듯한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이제 사람들은 이 나무 앞에서 강물을 바라보거나

사진을 담는 데 더 익숙해 질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과 더불어

이 나무도 저 아래쪽 나무가 그랬던 것처럼

긴 시간을 이고 굵고 큰 나무가 되어 갈 것이다.

 

사람들은 그동안 변함없이 오고 가고

강물은 말없이 흐르고 또 흐를 것이다.

 

 

 

대체로 이곳에서 사람들은 돌아가거나

나루터 입석까지 왔다가 되돌아 간다.

 

바로 이 입석 뒤에는 집이 한 채 있다.

집을 둘러싸고 걸린 설명 문구과 사진이 이곳에 있는 집의 사연을 알리고 있다.

강의 개발에 맞서 사유지인 이 집의 수용을 거부한 집주인이

당한 고초를 프래카드에 적어 알리고 있다.

 

마침, 내가 갔을 때 집의 보안장치 문제로 사람들이 집주인과 통화를 하고 있었고

조금 후 자그마한 체구의 중년 여성이 나왔다.

자세한 사항은 알 수 없는 일이나

그 고초 속에서 그 집을 지키는 그 분의 입장도 있을 터이고

또 그 반대편에 선 이들의 입장도 있을 터이지만,

그 집을 끼고 도는 상류쪽으로 이어질 공사는 계속될 것 같았다.

 

이틀 전 찾아갔을 때 작업 중이던 포크레인은 눈 속에 멈춰 서 있고 

찬 겨울 강물 위에 오후의 햇살이 흩어지고 있었다.

 

 

 

그 뒤편을 돌아 눈 쌓인 밭을 걸어 올라가니

발목이 푹푹 빠지는 깊은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그 위로 겨울강의 풍경이 나즈막하게 펼쳐져 있었다.

 

 

 

 

 

주말이라 공사는 잠시 멈추고 포크레인은 서 있지만

저 위 상류를 따라 이어지는 공사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다만, 지난 8월에 합의한대로 이곳이 생태환경으로 가꾸고 보존되어

적어도 지금 저 모습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간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하여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반듯반듯 옮겨심어 키만 머쓱 자란 나무들보다

긴 시간 강바람에 이리저리 제 몸 맡기고

뿌리내리며 자라온 구불구불한 잔가지 가득한 나무들이

가득한 강변의 모습을 간직하기를 바란다.

 

돌아나오는 길에 바라본 두물머리 나루터에는

추운 겨울강의 칼바람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변화된 두물머리를 걸으며

모르는 사이 그 속에서 진행되었던 많은 이들의 노력의 시간과

그 속에 쌓인 이야기를 생각한 시간이었다.

 

강물 위로 겨울 햇살이 환하게 쏟아졌다.

 

 

 

 

언제라도 오면 강물 위로 쏟아지는 저 빛나는 햇살 볼 수 있도록,

 

 

 

 

 

이런 모습들 언제라도 볼 수 있도록,

이 강과 이 나무, 이 사람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쉴 수 있는 그런 모습 볼 수 있도록

이곳이 지금 이 모습, 간직했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마음으로 부끄러운 그림자만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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