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lace

두물머리 - 2012, 겨울(1)

그림자세상 2012. 12. 12. 21:06

눈 몹시 내린 다음 날,

두물머리를 찾았다.

 

서울 40년 만의 추위라던가, 하던 그날,

쏴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양수리역을 나선다.

 

바로 이틀 전,

용문사 다녀오던 날보다 더 깊어진 겨울, 추위.

양수리 역을 나서

세미원으로 이어진 길가의 강변이

온통 겨울빛으로 바뀌어 있다.

 

 

 

 

다리를 건너 두물머리로 꺾어지기 전

한겨울에 환하디 환한,

붉디붉은 꽃물결이 환하게 눈을 사로잡는다.

온통 조화다.

 

무리지어 빼곡한 조화들의 강렬한 빨간색에

추위도 잊고 잠시 마음을 빼았겼다.

 

몇장 사진을 찍는데

몸을 웅크리고 지나가던 어르신이 거드신다.

"뭐 그래 찍을 끼 있따꼬....손 시리겠구마...."

 

눈 가득한 겨울 길거리에서

원색으로 환한 꽃들이 반가웠다.

조화의 강렬함에 잠시 끌리는시간....

 

 

  

두물머리 초입에 들어서자

겨울 철새들이 여기저기 드문드문 눈에 들어왔다.

 

많지는 않았다.

때가 되면 제 길 찾아오고

때가 되면 알아서 제 길 찾아 떠나는

거역할 수 없는 저들의 어김없는, 강고한 삶의 본능이

부럽기도 하다. 

 

 

가지런히 얹혀 서서히 녹아가는 눈.

거기에도 어김없는 원칙이 작용하는 것일 터.

홀로 남은 가느다란 고드름이

햇살에 반짝인다.

 

 

멀리 나무 아래 추운 날인데 제법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더러는 무리지어, 더러는 둘둘 혹은 서넛씩.

멀리까지 이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끊이지 않았다.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는 저 나무.

모로 기우는 오후의 햇살을 받고

눈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가늘고 긴 가지는 하늘을 향해 분주하지만

굵은 밑둥에서 마음의 손을 뻗어 반가움을 표한다.

 

이 나무들도,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저 강도,

내게는 언제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주는 

따스한 손길이다. 

 

 

 

나무와 강,

사이로 언제나처럼 사람들이 있다.

 

강도 나무도 사람도

따로따로 있지 않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무는 강과 바람과 함께

강은 바람과 나무와 함께

사람은 강과 바람과 함께

서로를 느끼며

함께 있다.

 

 

 

 

오늘은 나무도

하염없이 긴 마음을 또렷하게 풀어 놓는다.

겨울이 주는 선물이라고 할까.

 

 

 

 

 

 

 

 

이어진 길 저 위로 사람들은 멈춤 없이 흐르고

강물은

그런 사람들 곁을

조용히 흐른다.

은은하나 환한 미소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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