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나무 위로 막혔던 길이 열렸다.
이쯤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그러니까 처음이다.
언제나 저 나무쪽에서 바라보는 시선이었으니.
이쪽의 땅은 아직 사람 발길 많이 닿지 않은 흙의 색을 보이고 있었다.
이쪽으로 걸을 수 있게 된 것은 한편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마냥 그럴수만은 없는 일 같기도 하다.
피맺힌 사연을 적은 프래카드와 폭행당한 주인의 사진이 걸린 한 집의 사연이
저쪽을 바라보는 내 등 뒤에 남아 있었다.
그 집의 사진을 담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새로 다듬어 다지고 만든 길에 나무가 심어졌다.
원래 있었던 나무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아직 땅은 황톳빛이고 길 옆의 돌은 생경하다.
이 길은 곧추 더 올라갈 모양이라
저 위에서는 포크레인이 땅을 파는 소리가 요란했다.
저 나무 조금 지나면 배를 대는 나루터까지 마련된 것으로 보아
이 강으로 배를 띄울 모양인데,
그런 일은 없기를....
이 고즈녁한 풍경이 그저 사람들을,
사람들의 무례한 손길과 걸음을 받아주는 그것만으로 끝나기를.
강을 보고 걷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받아주는 강 사이의 고즈녁한 침묵의 대화만으로 평온하기를.....
하나 둘 하나 둘 둘
오고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조용히 와서 마음을 내려 놓고 쉬어가고
흘러가는 강물은
그렇게 조용히 그들의 마음을 받아 안고 흐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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