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수업을 마치고 남는 시간,
무얼하건 늘 평안하고 행복했던 그 시간,
분주한 시간 때문에 놓쳐버린
아쉬움이 남았던 지난 월요일,
대신 학교를 돌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늘 익숙한 것 같던 곳도
늘 그렇지는 않았다.
아니 언제나
달랐다...
이 사진은 화요일 아침,
이른 아침 먹고 나오며 담은
체육관 앞 광경.
아직 이른 시간이라
학생들의 모습은
잘 안 보이고..
떨어진 은행잎과
붉은 단풍나무는
같은 가을을
다르게 보여준다...
작년에도 내 눈길을 끌었던 그곳.
올해는 그나무가 아니라
이 게시판에 잡혔다.
왜면거울은 매 순간
다른 모습의 나무들을
그로테스크하게 반영했다.
문득 뭉크가 떠올랐다...
하얀 딱지들을 떼어보려 했지만
깨끗하게 떼어지지 않았다.
언제 시간 만들어 다 떼어내리라
저 앞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자연과 인공물이 만드는
놀라운 우연을 마음껏 볼 수 있다.
한참을 앉아서 구경했다...
올해는 생각보다 이곳의 단풍은 곱지 않았다.
물이 많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빛과 저희들끼리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어디 완전한 것만이 아릅답던가...
오늘 출석수업 쉬는 시간에
함께 하던 선생님이 그러셨다.
강의 나가던 학교의 단풍이 너무 아름다와
간직하고 싶어서 붉고 붉은 단풍잎을
따고 또 땄는데 이상하게 따고보니
하나같이 흠이 있고 그렇더라며
결국 흠이 있건 없건 제 있는 곳에서
동료들과 빛과 그림자와 함께 어울릴 때
비로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노라고.
왜 그렇지 않겠는가.
R. W. Emerson이 자신의 시
"Each and All"에서 갈파했듯
모든 것은 제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
운동장에 두드러진 크고 작은 세 그루의 나무.
그 가운데 하나 아래 공교롭게도
두 남학생이 이렇게 앉아 있었다.
단과 체육대회가 한창인 운동장에서는
또다른 젊음의 기운이 넘쳐나고...
이 두 학생에게는 말하지 않고
얼른 찍었다.
찍는다 하면 왠지 가버리거나
굳어버릴 것 같았고,
저 순간 그냥 담고 싶었다...
빛이 없으면 이 붉음
이 붉음이 아니더라...
홀로 아름다운 모두라도 결국 어우러짐이 그 아름다움 더 빛내는 것임을....
별 빼곡한 밤하늘이
더러 이렇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면
행복하리라...
앉아있는 친구들에게는 찍는다 말하고 몇장을 찍었다.
이 나무 아래 학생들이 많이 지나고 멈춰 서는 곳.
인식하건 못하건 저 학생들에게
저 시간이 그들의
Carpe diem이기를...!
저 단풍잎들은
제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 완전한 것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더러 흠 하나씩은
자랑스레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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