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2010년 1월 23일.
겨울산의 하늘은 푸르고 푸르고 푸르렀다
산을 찾았으나 하늘에 안기고
눈을 찾았으나 바람에 안기고
생각도 못했던 햇살에 안긴다
비취 빛 하늘을 가로지르며
마치 그 하늘을 벨 듯 가느다란 팔을 뻗은
한 가지 한 가지 나무가지들은
조곤조곤 그러나 너무도 또렷하게 자기 소리를 내면서
마음을 어지럽히는 스산한 고통이 아니라
가늘지만 꺾이지 않고
마디마디 굽어 있지만 애닯지 않는 제 소리 제 모양 그대로
겨울산을 찾은 이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을 빗살무늬 자욱으로 각인된다
1월의 첫날,
집 화분에서 벤자민 가지들을 꺾어낼 때
굵은 가지에서 뚝뚝 진물이 떨어졌었다.
어디 굵은 가지뿐이었을까.
어디라서 목숨이 없을까!
잘디 잘아 보이는 저 가지들 하나하나에
그 생명의 진액이 흐름이
청아빛 하늘 그 아래서
또렷하다!
그 생명이 또렷하니
그림자 또한 살아있을 터....
허투로 비치는 빛이 없고
허투로 나있는 가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