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lace

오대산의 하늘 빛과 나무, 가지

그림자세상 2010. 1. 24. 20:15

오대산.

2010년 1월 23일. 

 

겨울산의 하늘은 푸르고 푸르고 푸르렀다

산을 찾았으나 하늘에 안기고

눈을 찾았으나 바람에 안기고

생각도 못했던 햇살에 안긴다

 

비취 빛 하늘을 가로지르며

마치 그 하늘을 벨 듯 가느다란 팔을 뻗은

한 가지 한 가지 나무가지들은

조곤조곤 그러나 너무도 또렷하게 자기 소리를 내면서

마음을 어지럽히는 스산한 고통이 아니라

가늘지만 꺾이지 않고

마디마디 굽어 있지만 애닯지 않는 제 소리 제 모양 그대로

겨울산을 찾은 이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을 빗살무늬 자욱으로 각인된다

 

1월의 첫날,

집 화분에서 벤자민 가지들을 꺾어낼 때

굵은 가지에서 뚝뚝 진물이 떨어졌었다.

어디 굵은 가지뿐이었을까.

어디라서 목숨이 없을까!

잘디 잘아 보이는 저 가지들 하나하나에

그 생명의 진액이 흐름이

청아빛 하늘 그 아래서

또렷하다!

 

 

 

 

 

 

 

그 생명이 또렷하니

그림자 또한 살아있을 터....

허투로 비치는 빛이 없고

허투로 나있는 가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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